[마켓인사이드] 대우조선 '어닝쇼크'에 체면구긴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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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실적부진 예측 못해…"사측 설명 미흡"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기술, 세상을 움직이는 동력', '2015년에 선봉은 나!', '갈수록 더해지는 안정감', '불확실성 가장 적은 조선주', '불황에도 답이 보이는 기업'...

지난해 말부터 국내 증권사 리서치센터들은 이러한 화려한 미사어구들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매수를 꾸준히 추천해왔다. 하지만 최근 대우조선해양은 생각치 못한 '어닝쇼크'로 투자자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실적부진에 금융투자업계에도 충격이 가시지 않는 모습이다. 계속되는 업황 악화와 국제 유가 하락세가 이어지자 전문가들은 조선업에 대해 보수적 의견을 내놓으면서도, 유일하게 대우조선해양에 대해서는 매수할 것을 추천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6개 증권사들이 내놓은 대우조선해양의 1분기 영업이익 평균 컨센서스는 1132억원, 매출액은 3조8778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지난 15일 대우조선해양이 내놓은 이번 1분기 연결 영업이익은 1387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어닝쇼크를 시현했다. 반면 매출액은 4조4861억원으로 되려 늘었다.

문제가 된 영업이익의 경우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과의 차이가 1565억원에 달한다. 업계 유일의 흑자 행진을 보였던 대우조선해양은 이로써 8년 반만에 영업적자를 기록하게 됐다. 그간 대우조선해양은 상대적으로 수주 경쟁력이 높은 LNG선과 초대형 컨테이너선, 그리고 해양생산설비의 발주량에 대한 기대감으로, 향후 5년 연속 양호한 수주 달성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돼왔다.

이에 개인 투자자들은 대우조선해양을 올해 연초부터 최근까지 2419억3500만원(1375만9200주)어치 사들여 순매수 상위종목에 담는 등 적극적인 매수세를 보여왔다.

대우조선해양이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이유는 대만의 해운회사인 'TMT'선사 관련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1250억원과 더불어 통상임금소송 관련 인건비 소급적용 약 450억원, 지난해 세무조사 추징금 약 300억원 등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특히 1분기 해양부문 재료비 증가분이 이번 매출액에 인식되면서 이 같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회사 측도 "지난 4분기에는 재료비 비중이 예외적으로 낮았으나, 이번 분기에는 다시 높아진 것으로 1~2분기 사이 해양 공정에 원가투입이 집중되기 때문"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상당수의 애널리스트는 이 중 1분기 재료비 투입과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 부분은 갑작스레 반영돼 아무도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아울러, 이번 어닝쇼크 사유에 대해 애널리스트 간에도 의견이 엇갈리는 모습이었다.

하이투자증권은 보고서를 통해 "사측 설명대로 재료비 증가와 매출인식 미스매치 외에도, 세부적으로 송가 반담수식시추선 공정실패 등이 있었는지 쇼크 사유가 명확하지 않다"며 "차라리 몇몇 사업에서 공사손실충당금이 더 후련했을 터"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회사 측이 밝힌 이번 어닝쇼크 주범인 재료비 인식 부분에 대해 이해되지 않아 보고서에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며 "특정시점에 재료비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면 매출원가가 많이 발생하지만 그것만큼 매출액도 많이 발생하게 돼, 수익성이 떨어지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처럼 1분기에 매출액도 많이 늘었으나 수익성이 떨어진 것은 재료비가 그만큼 늘었다는 건데, 그 부분을 회사가 정확히 설명을 안 해줬다"며 "또 최근 IR탐방을 다녀왔을 때에도 회사가 1분기에 이렇게 많은 재료비가 투입될 것이라고 언급한 적이 없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회사 측은 이번 재료비 증가 요인에 대해 "현재 해양 프로젝트를 인도해야 하는 시점에 몰려있는 상당수가 건조 중이다. 건조 기간이 2~3년이라고 가정하면 인도시점은 통상 6개월~1년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 원가 투입이 집중된다"며 "이러한 원가 투입이 집중되면서 매출액에 인식이 되기 때문에 재료비 비중이 커지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간 논란이 돼 왔던 '빅배스'에 대해서는 '아니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또 하나의 어닝쇼크 요인이었던 대손충당금 부분에 대해서도 이견이 오갔다. 대다수의 애널리스트는 장기매출채권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회사의 내부 회계자료이기 때문에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항이었다며 해명에 나섰다. 통상 조선업종의 경우 재무상태에 매출채권이 주는 악영향이 크기 때문에, 매출채권의 회수불능액에 대비해 미리 충당금을 설정한다.

이날 D증권사 연구원은 "대손충당금을 회사가 얼마나 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그 회사의 내부정보이기 때문에 이를 애널리스트가 인위적으로 집계할 수가 없다"며 "또 장기매출채권 안에 어떤 내용들이, 어떻게 들어가는 건지에 대해서도 외부사람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유재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매출채권 대손충당금(손상차손)은 지난해 1785억원으로 지난 2013년 948억원 대비 88.3%나 증가했다. 때문에 장기매출채권 부실에 대한 우려가 있어 보인다"며 "또 이번에 발생된 대손충당금 부분은 회사에 남아 있는 장기매출채권이 얼마나 남아있는지 자세히 살펴보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특히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미청구공사금액'에 대해 주목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가 돈을 못 받은 금액으로, 이게 계속 올라가게 되면 현금 흐름에 문제가 생기게 된다"며 "이는 결국 장기매출채권으로 전환이 되고, 또 여기서 부실이 생기게 되면 충당금으로 쌓이게 돼 당연히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1분기 미청구공사금액은 9조4148억원으로 전 분기 7조3959억원보다 27.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이견 차가 존재했다. 이번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했어도 LNG선 수주 모멘텀이 여전하다는 전망과 이 같은 모멘텀에도 불구하고 해운업체 자체 경기 상황이 좋지 않아 대우조선해양의 대손충당금은 앞으로 이보다 더 쌓여 부실 우려가 있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 등이 오가고 있다.

한편, 전날 대우조선해양 주가는 직전일 대비 300원(1.76%) 하락한 1만6750원에 장을 마쳐, 이번 적자전환 여파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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