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5修'도 깜깜한 우리은행 민영화
[기자수첩] '5修'도 깜깜한 우리은행 민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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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고' 이루겠다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반쪽짜리에 그친지 반년 만에 우리은행 매각작업이 다시 본격화될 조짐이다.

우리은행은 오는 16일 영국을 찾아 기업설명회(NDR)를 개최하기로 했다. 1분기 개선된 실적과 함께 은행의 투자매력을 직접 홍보해 해외투자자들의 관심을 이끌어내고 매각 방식도 공론화하겠다는 목적이다.

우리은행의 매각이 4차례나 무산된 근본적 원인은 '높은 가격'과 가격보다 낮은 '인수 매력'이라는 게 내·외부 평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국회 업무보고에서 우리은행 매각 지연과 관련해 '기업가치를 높이겠다'고 언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말 선임된 이광구 우리은행장도 임기 중 핵심과제로 민영화를 제시하고 체질개선을 통한 강한은행 만들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이광구 행장의 노력은 일부 성과로도 나타나고 있다. 이 행장은 수치화된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조기달성을 격려했다. 적잖은 부담이었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제시해 결국 달성하게 만들었다는 게 직원들의 평가다. 우리은행 자산은 올 1분기에만 9조8000억원 가량 늘었고, 고정이하여신비율은 0.16%로 낮춰 자산건전성도 높였다.

하지만 같은기간 순이익은 전년동기대비 9.9% 가량 줄어든 2908억원을 기록했고, 순이자마진도 1.87%로 하락세를 이어갔다. 기업가치의 기본 지표인 주식가치는 1주당 1만700원(7일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1월 19일 재상장 당시(1만5400원)보다 오히려 크게 떨어진 수준이다.

이는 저금리·저성장 구조의 한계를 뚫고 은행 가치를 끌어올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 금융연구기관 관계자는 "은행업 경쟁력에 대한 시장 전반의 시각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더라도 매각 과정이 험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현재까지 임종룡 식 우리은행 매각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보유지분 48.06%를 과점주주에 분할 매각하기 위한 투자자 조사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린다. 기관투자자 4~5곳과 얘기가 오간다고 알려지고 있지만, 금융위원회는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의 우리은행 매각방안은 빠르면 다음달께 발표된다.

경영권 매각 방식이나 전체 지분의 일괄 매각 가능성이 높지 않은 만큼  우리은행도 분할 매각에 기대를 걸고있는 눈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은행은 팔리는 객체이기 때문에 정부가 마련한 매각방안에 따라가는 입장"이라면서도 "최근 나오고 있는 금융위 안대로 된다면 잘 진행되지 않겠냐"고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이런 와중에도 일각에서는 舊우리금융의 비주력 자회사 매각을 성공적으로 진행해온 만큼 우리은행 매각을 서두를 필요가 있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번 5번째 매각추진까지 불발로 끝날 경우 금융당국의 무능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그러나 가뜩이나 은행업에 대한 비관적 시각이 팽배한 상황에서 몸값이 오르기만을 마냥 기다릴수는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공적자금이 투입돼 관치금융의 온상이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은행으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독자적인 경영권 확립이 절실하다. 경영의 독립성 여부가 은행의 시장가치와 성장 잠재력을 좌우한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과오를 통해 충분히 경험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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