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회의 경쟁력
한국사회의 경쟁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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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산업은 수익구조의 대폭적인 개선을 이루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삼성경제연구소는 국내 은행산업이 아직 충분한 국제경쟁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 보고서를 내놨다. 그 이유는 국내 은행들이 국제적 금융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고 IT 투자, 금융전문인력 확보, 리스크관리 등 경영 인프라가 충분치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역대 국방장관들이 우리의 국방력이 충분치 않으니 미국이 갖고 있는 우리 군의 전시 작전통제권을 찾아오지 말라고 ‘시위’까지 벌이고 나섰다. 세상에 자국의 작전통제권을 남의 손에 맡겨두는 게 더 안전하다며 다른 사람도 아닌 전직 국방장관들이 시위를 벌이는 나라가 지구상에서 현재는 물론 과거나 미래에도 또 있을까 싶지만 이게 현재 한국사회의 현실이다.

한미 FTA가 체결되면 경쟁력을 갖지 못한 한국 농업은 다 죽는다며 죽기 살기로 저항하는 이들도 있다.  협상 대상이 되는 의료·법률서비스, 교육 등 모든 부문이 다 개방 반대다.
경쟁력이란 도대체 언제쯤이면 충분히 확보될 수 있을까.

시장 개방 문제는 실상 1980년대부터 시작됐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시장’이라면 상품시장만 생각하던 그 당시에 미국은 금융 유통 등 서비스 시장까지 개방하라고 요구했다. 당연히 한국 입장에서는 혼란스럽고 곤혹스러운 상황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된 시장 개방은 금융도 유통도 결국 여러 단계를 거치며 거의 20년 만에 사실상 완전 개방에까지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빗장을 여는 순간까지도 시장 개방 시기상조론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누군가에게는 언제나 닥치는 시기가 너무 이르다고 여겨지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일단 시장이 개방되고 본격적인 경쟁이 벌어지자 국내 산업은 위축되기는커녕 더 활기차게 성장해가고 있다. 개방된 국내 시장에 들어왔던 세계적인 유통업체들은 내국 업체들의 영업력에 밀려 차례로 철수했고 외환위기로 극심하게 홍역을 치룬 금융산업은 아직 한쪽에서의 혼전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았지만 외국 금융회사들과의 전방위적 전투도 벌어지지 않았고 이제는 차츰 영업력의 우위를 드러내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에 실전 경험이 늘어 앞서의 연구보고서들이 우려하는 경쟁력 부족 문제도 충분히 대처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 경쟁력을 말하며 자주국방도 시장개방도 반대하는 이들 역시 내세우는 게 시기상조론이다.  그게 언제가 되더라도 여전히 시기상조론은 나올 터이다. 미리 예고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내내 손놓고 있다가 막상 시기가 임박하면 ‘아직 안돼’를 외치며 반발하는 행태를 거듭 보게 되니 식상할 뿐이다.

물론 매사 졸속 처리되는 것은 분명 위험하다.  부문별 경쟁력을 갖추는 문제는 해당산업 당사자들과 함께 정부도 종합적인 마스터플랜을 마련하고 그에 따른 인력 확보 등 사회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변화에 대비토록 법적·제도적 지원체제를 갖춰나가는 동반자적 노력이 따라줘야 한다. 

그런 사전 대비에 딴죽을 거는 동네도 있긴 하다.  의사도 법조인도 인력 확충을 반대하기만 했지 시장 개방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하지 않은 책임이 그들에게 분명히 있다.
그렇다 해도 정부는 사회적 자원의 효율적 배분 차원에서나 다수 국민의 복지증대 차원에서 종합적 설계도면이 있어야 한다. 그와 더불어 그 설계도면을 국민들이 함께 보고 미래 마음의 대비를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부가 아무리 잘된 설계도면을 갖고 있어도 국민들이 그것의 존재 자체도 확인할 수 없고 상황이 닥칠 때마다 느닷없이 당한다 싶으면 정부 일에 거부감이 생기기 마련이다. 역대 정부는 저마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설계한 나름대로의 청사진들이 다 있을 터이다.  환경변화에 따른 크고 작은 수정도 이루어졌을 터이고 때로는 폐기처분이 불가피한 설계도면도 있을 수 있겠다.  국민들은 그런 수정 과정을 이해하고 납득할 정보를 향유할 권리가 있다.  그걸 가능한 범위 내에서 최대한 펼쳐 보여주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그래야 경쟁력 미비에 따른 불안감을 줄여나갈 수 있다. 홍승희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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