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시장 규제 빗장 풀린다…구조개혁 방안 발표
자본시장 규제 빗장 풀린다…구조개혁 방안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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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 핵심과제 선정…거래소 구조개혁 등 첫 방안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금융위원회가 올해 자본시장 개혁의 큰 틀을 제시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23일 금융위 1층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갖고 "자본시장 개혁을 속도감 있게 효과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5개 중점 추진분야별로 15개 핵심과제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자본시장 개혁해 폭 넓혀야"

이날 임 위원장은 "과거에는 개인의 접근 자체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방식으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만들었다"며 "이제는 투자 안전 장치를 고려하되, 시장의 폭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금융위는 코넥스 상장기업의 코스닥시장 이전상장 기회를 확대하고, 증시 가격제한폭을 확대키로 했다. 또 신규 파생상품 상장을 차질없이 추진해 시장의 역동성과 투자매력을 높일 계획이다. 여기에 금융회사의 모험자본 투자를 제약하는 과도한 건전성규제나 출자제한을 합리적으로 완화하고, 인센티브 강화를 추진한다.

사모펀드가 다양한 투자수요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립·운용·판매 규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퇴직연금의 연금화율을 제고하고,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 연기금의 운용체계를 전문성이 높아지도록 개편할 방침이다.

자본시장 거래 효율화 차원에서 거래소 공시제도는 기업의 자율성을 높이되, 불성실공시에 따른 책임성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된다. 금융투자업 경쟁력도 강화한다. 대형증권사의 기업 신용공여, 실물경제 지원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업무범위를 확대토록 할 예정이다.

▲ 사진=금융위

임 위원장은 "벤처캐피털 등 모험자본 조성이 공공부문 중심으로 이뤄져 시장중심의 모험자본 기반이 매우 취약하다"며 "과도한 건전성 규제와 세제 등 인센티브 부족으로 금융회사의 모험자본 투자가 위축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자본시장은 과거 투자자에게 다양한 상품과 시장을 통한 투자기회를 제공하고, 기업들에게는 증권발행과 IPO를 통해 더 크게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벤처버블 붕괴 이후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성숙한 기업들을 위한 장내시장 중심으로 성장했다. 결국 혁신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자본시장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게 임 위원장의 설명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올해 안으로 자본시장 개혁을 위한 정책과제들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이라며 "금융개혁회의를 통해 9월까지 구체적인 실행방안을 발표하고, 이해관계자 조율이 필요한 일부 과제에 대해서는 연내 발표하겠다"고 말했다.

◇첫 방안 발표…코넥스·장외거래·파생상품시장 활성화

금융위는 이날 자본시장 개혁안의 첫번째 방안으로 코넥스와 장외거래, 파생상품시장의 활성화에 대한 내용을 발표했다. 우선 거래소 구조개혁을 추진해 자본시장 활성화를 꾀한다. 특히 코넥스 시장 활성화를 위해 현재 3억원인 투자자 예탁금 규모가 내달 중으로 1억원으로 낮춘다. 코넥스 시장의 문턱이 대폭 낮아지는 셈이다.

예탁금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는 소액투자전용계좌는 증권사의 시스템 개발이 끝나는 대로 도입된다. 다만 계좌 한도는 연간 3000만원으로 제한된다. 증권사를 통한 간접투자(랩어카운트)의 기본 예탁금(1억원)도 사라진다.

코넥스 상장을 위해 필요했던 자기자본과 매출액 등의 형식적 외형요건은 폐지되며, 코넥스 상장 예비기업 발굴과 사후 관리 등을 담당하는 지정자문인(증권사)은 현행 16개사에서 51개사로 늘어난다.

대신 창업 초기기업이 지정자문인 없이 상장할 수 있는 별도의 특례상장제도가 마련된다. 이를 위해서는 거래소가 지정하는 기관투자가가 20% 이상의 지분을 1년 이상 보유하거나 기술신용평가기관에서 일정 수준 이상 기술등급을 부여해야 한다. 또 기관투자자가 특례상장과 지분매각 제한에 동의해야 한다.

모험자본 투자를 활성화하는 차원에서 장외거래 인프라도 마련된다. 금융위는 비상장 주식의 호가와 체결내용 등이 담긴 'K-OTCBB'를 오는 27일부터 운영할 계획이다. 이 인프라는 투자자가 증권사를 통해 주식매매를 주문하면 증권사가 K-OTCBB에 호가를 게시해 거래 상대방을 탐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거래가 체결되면 증권사는 투자자에게 체결내용을 통보하고 K-OTCBB에 게시하게 된다.

K-OTCBB에서 거래되는 주식은 최소한의 형식적 요건을 갖춘 모든 비상장법인 주식이 대상이다. 현재 장외에서 주로 거래되는 종목(75개)으로 개설하되, 투자자 주문 등으로 증권사가 요청하는 경우 즉시 추가할 계획이다. 일단 6개 증권사로 시작한 뒤 6월까지 2∼5개사를 추가할 예정이다.

K-OTC BB를 통해 비상장기업의 주식거래가 활발해지면 상장이 어려운 초기 기업에 대한 투자도 활성화될 것으로 금융위는 기대하고 있다. 앞서 금융위는 기존 프리보드를 △우량 비상장기업 주식이 거래되는 '제1부(K-OTC)'와 △중소·벤처기업 등 모든 비상장법인 주식이 거래되는 '제2부(K-OTC BB)'로 분리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파생상품시장을 활성화하려는 목적으로 3분기 중 신상품을 도입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건전화된 시장환경을 바탕으로 소액투자자의 시장참여를 확대하고 정밀한 투자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보다 5분의 1로 축소된 코스피200 미니선물·옵션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거래단위가 감소해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가 증가할 전망"이라며 "다만 개인투자자에 대한 예탁금 기준 상향조정, 사전교육, 모의거래 의무화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있어 개인의 과도한 투기거래와 같은 부작용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물시장 지원을 위한 신상품도 확대한다. 증가하는 배당투자 수요에 대응해 배당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상품을 들이고, 위안화 직거래시장이 안정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위험관리를 위한 위안화 선물을 도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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