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부재' 속 SK-SK C&C 합병 결의, 배경은?
'오너 부재' 속 SK-SK C&C 합병 결의,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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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SK그룹)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SK그룹이 지주회사인 SK주식회사와 SK C&C 간의 합병을 추진하면서 그간 경쟁력 강화의 최대 숙제로 남아 있던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하게 됐다.

SK와 SK C&C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개최, 양사를 합병한다고 발표했다. SK C&C와 SK는 각각 약 1대 0.74 비율로 합병하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해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 방식이다. 이에 따라 합병회사는 기존 순수지주회사에서 SK C&C의 ICT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 지배구조 단순화…경영권 방어 '견고'

이번 합병은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인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이른바 '옥상옥' 구조를 해소한 것이어서 눈길을 끌고 있다.

대주주인 최태원 회장이 지주회사의 직접 대주주가 되면서, '최 회장→SK C&C→SK→사업자회사'로 연결되는 복잡한 구조가 '최회장→합병회사→사업자회사'로 간결해졌다.

그동안 SK그룹은 계열사인 SK C&C가 지주회사인 SK를 지배하고, SK가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들을 지배했기 때문에 불완전한 지주회사 체제라는 비판을 받았다. 최태원 회장 일가의 개인회사나 다름 없는 SK C&C(지분 44%)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옥상옥 구조라는 것이 비판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SK그룹 관계자는 "날로 격화되는 경영환경 악화 속에서 그간 지적 받아 왔던 옥상옥 지배구조 이슈 해결을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었다"며 "이에 가장 시장 친화적인 방법으로 제시된 SK와 SK C&C의 합병을 선택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합병이 성사되면 최태원 회장 지분은 32.9%에서 23.2%로, 최 회장의 여동생인 최기원 이사장 지분도 10.5%에서 7.4% 정도로 떨어진다. 그러나 두 사람의 지분을 합치면 여전히 30%를 상회, 경영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의결권 행사를 할 수 없는 자사주 16.4%(1164만주)를 합치면 우호 지분은 47% 수준까지 올라간다.

◇ "일감 몰아주기 회피와는 무관"

이번 합병에 따라 재계에서는 SK그룹이 공정거래법상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은 총수 및 친족이 지분 30%(비상장사 2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계열사 중 내부거래 매출액 비중이 12% 이상이거나 200억원 이상인 기업이다. 합병 후 최태원 회장과 최기원 이사장의 지분 합계는 30.6%로 추정된다. 결국 이번 합병으로 규제 회피를 위해 매각해야 할 지분 규모가 1% 이내로 줄어들었다.

이와관련 SK그룹 측은 규제 회피 의도와는 관계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SK그룹 관계자는 "합병 이후에도 대주주 지분은 30%를 넘어 여전히 규제 대상"이라며 "그럴 의도(규제 회피)였다면 합병 전에 조치를 취했지 합병 후 이목이 집중됐을 때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1% 이내라고 해도 주식수로 따져보면 꽤 많은 편"이라며 "심플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해 합병하는 것일 뿐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고 강조했다.

▲ SK 서린사옥 전경. (사진=SK그룹)

◇ "지배구조 혁신으로 위기 정면돌파"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 재계는 다소 의외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현재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복귀 후에야 대대적인 구조 변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 실제 SK그룹은 지난해 9월 양사의 합병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고 공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SK그룹 측은 그룹 계열사들의 전반적인 경영위기가 심각해 의사결정의 단순화 작업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SK하이닉스를 제외하고는 SK그룹의 매출과 수익이 역성장한 초유의 상황"이라며 "이같은 상황에서 더 이상은 물러날 곳이 없다는 판단아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두 회사의 합병이라는 초강수 혁신안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위기는 경영공백 장기화와 주력사업 '게임 룰'의 전면적인 변화 등에 적기 대응을 하지 못해 발생한 것"이라며 "이 같은 위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심플하고 효율적인 지배구조 혁신이 필요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SK그룹은 지난해 비교적 안정적인 정유사업에서 37년만에 1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영업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셰일가스라는 새로운 경쟁 에너지 출현과 중동 산유국이 가격하락에도 생산을 늘리는 등 새로운 치킨 게임이 시작되었으나, 효과적인 대응을 못했기 때문이라는 안팎의 지적을 받아 왔다.

이에 따라 재계는 의사결정 구조가 빨라진 SK그룹이 지금보다 더 공격적인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기존 SK C&C의 사업 능력에 SK의 브랜드 가치 등이 결합, ICT 사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SK C&C 관계자는 "이번 합병으로 일자리 창출형 사업인 ICT 사업이 크게 확대 되기 때문에 청년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실제로 SK C&C 인력규모는 2005년말 2019명에서 2010년 3451명, 작년 말에는 4063명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고, 협력업체도 2005년 459개에서 지난해 말 618개로 늘어 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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