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코코본드, 규제+저금리 기조에 '흥행가도'
은행권 코코본드, 규제+저금리 기조에 '흥행가도'
  • 고은빛 이은선 기자
  • ees@seoulfn.com
  • 승인 2015.04.14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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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기관 수요 몰려…매년 3~5조 발행 전망

[서울파이낸스 고은빛 이은선기자] 저금리시대를 맞아 은행권의 코코본드(상각형 조건부자본증권) 발행이 순항하고 있다. 내년부터 도입되는 바젤Ⅲ 규제 시행에 따른 은행들의 자본 확충 수요와 1%대 기준 금리로 투자처를 잃은 기관 수요가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은행권 23조 자본확충 수요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3000억원 규모의 10년물 코코본드(후순위채) 수요예측을 마치고 발행금리를 10년만기 국고채권 수익률에 60bp를 가산한 2.67%로 결정했다고 13일 공시했다. 발행일자는 오는 17일이다.

올 3월에는 IBK기업은행이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를, NH농협은행은 5000억원의 후순위채형 코코본드를 발행했다. 부산은행과 전북은행도 올해들어 각각 1000억원, 800억원(후순위채) 규모의 코코본드 발행으로 자본을 확충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총 14개 지주·은행의 코코본드 발행 행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외에도 신한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KB금융지주, 제주은행, 대구은행 등도 올해 초 주주총회를 통해 향후 코코본드를 발행하기 위한 정관 근거를 마련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바젤Ⅲ 체제 시행으로 은행권에서 매년 10% 이상의 자본 인정 금액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는 2022년까지 줄어드는 은행권의 기타자본 총량은 23조원에 달한다.

이에 BIS(국제결제은행) 기준 자기자본비율을 유지하려는 금융기관의 자본확충 대안으로, 바젤Ⅲ 하에서 자본으로 인정되는 채권인 코코본드가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일반 채권보다 위험성이 높은 단점이 있다. 코코본드에는 특정 조건(부실금융기관  지정 등)이 발생하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는 조건이 부여돼있다.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의 경우 이자지급제한 조건도 주어진다.

◇低금리 효과에 전량소진…흥행 이어갈듯

이같은 투자 위험으로 코코본드는 발행 초기 시장의 외면을 받아왔으나, 사상 최저 수준의 저금리 시대를 맞아 분위기가 급반전되는 양상이다. 은행권 특유의 안정성과 국채 및 A급 회사채 대비 높은 수익률이 코코본드의 투자 매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실제로 JB금융지주는 지난해 9월 후순위채형보다 안정성이 낮은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를 2000억원 규모로 발행해 1474억원이나 수요가 미달돼 발행 예정일을 네 차례나 변경한 바 있다. 우리은행도 지난해 12월 계획한 2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 수요가 미달돼 1600억원으로 축소 발행했다.

하지만 지난달 기준금리 추가 인하로 투자 유인이 확대되면서 IBK기업은행은 지난달 4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형 코코본드로 흥행에 성공했다. 특히 안정성을 주로 추구하는 기관투자가들이 코코본드 흥행의 주역으로 꼽힌다. 국채금리 하락 이후 주로 A급 회사채를 매입해오던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회사채 금리 마저 2%대로 떨어지자 고금리 코코본드에 몰리고 있는 것이다.

최윤창 삼성증권 PB는 "코코본드는 주로 법인들의 수요가 많은 편"이라며 "1%대 기준금리 하락으로 당황한 법인 영업부에서 코코본드와 같은 고금리 상품을 우선적으로 매입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도 "채권을 일정 비율 보유해야 하는 기관투자자들이 금리가 크게 하락한 기존 국채 투자분의 만기가 도래하면서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높은 은행권 코코본드를 대체 투자처로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1.75%로 추가 하향된 이후 이같은 코코본드 수요 쏠림이 가속화되고 있는데다 은행권의 추가 발행 수요도 매년 수조원을 뛰어넘을 것으로 관측돼 코코본드 흥행 열풍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의 금리 기조가 은행 입장에서는 발행 금리를 낮게 책정할 수 있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라며 "최적의 조건에서 발행하기 위한 시장 상황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구경회 현대증권 연구원은 "중위험과 중수익을 추구하면서 5~10년 이상 장기간 동안 고정금리가 필요한 기관투자자들에게는 코코본드가 제격"이라며 "바젤Ⅲ에 따른 기타 자본 인정범위 축소로 매년 3~5조원 수요가 있는 만큼 시장에서 보편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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