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우회상장 등 "새로운 상장통로 넓어져"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지난해 말 '특급 대어'로 불렸던 제일모직과 삼성SDS가 각각 증시에 입성하면서 3년 만에 최대 활황을 맞이했던 IPO시장이 올해도 뜨거운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IHQ가 우회상장으로 증시에 새롭게 입성한 것을 비롯해 그간 상장의 '뒷문'으로 인식돼왔던 스팩(SPAC. 기업인수목적회사)을 통한 기업들의 M&A(인수합병)로 'IPO시장 르네상스'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IPO시장에는 지난달 말 방송 채널사업자 CU미디어가 이미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IHQ와의 합병을 통해 증시에 입성해 새롭게 출범했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이번 합병상장은 지난 2011년 우회상장에 대한 진입 심사기준 강화 이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하는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우회상장이란 비상장기업이 상장법인과 우회상장 거래를 통해 신규상장 절차 및 심사를 거치지 않고 상장법인으로 전환되는 것을 말한다. 특히, 증권시장에 신규로 진입하지 않고 기존의 상장기업과 합병, 주식교환 등의 방식으로 결합함으로써 상장효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순기능보다 엄격한 신규상장을 회피하고 부실한 기업을 상장시키는 방법으로 악용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면서 금융감독당국과 거래소는 우회상장에 대한 관리 및 규제를 강화해 왔다.
특히, 올해는 이러한 우회상장을 보완해주는 스팩과의 M&A을 통한 IPO시장의 열기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스팩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다. 먼저 스팩을 설립 후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해 기업인수에 필요한 투자금을 모은 뒤, 주식시장에 상장을 해놓은 상태서 상장 또는 비상장된 회사 중 인수될 기업을 물색해 M&A를 추진함으로써 해당 피인수기업의 투자수익 등을 거둬 들이는 구조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스팩에 대해 기존의 우회상장의 단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회상장은 주식시장의 상장요건만 맞춘 기업을 특정 기업이 인수함으로써 상장효과를 누리는 것인데, 자칫하면 해당 피인수기업의 사업내용 부실이나 수익악화, 부채 등의 문제를 그대로 떠 안고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다.
국내서 스팩이 태동하게 된 배경은 2008년 금융위기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IPO가 급격히 위축됨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기업 재무구조지원을 위해 검토됐으며, 2009년에 관련 법규가 마련됐고 2010년 3월 1호 스팩이 상장됐다.
특히 국내 스팩시장은 지난 2010년 모바일 게임 '애니팡'을 흥행시킨 선데이토즈가 스팩과 합병해 상장한 뒤 좋은 성적을 거두면서 전기를 맞았다. 이에 증권사와 거래소, 투자자들 모두 그간 합병을 통해 주가 급등을 노리는 식으로만 인식돼왔던 스팩시장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면서 '2기 스팩'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상품이 쏟아졌다.
또 최근에는 그간 우회상장이라며 스팩을 꺼리던 기업들도 이제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급속한 성장을 통해 이익을 창출했지만 내부통제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직상장이 어려운 회사들이 신속하게 상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스팩시장은 개인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그간 사모펀드(PEF)의 영역이었던 M&A시장에 적은 돈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다만 스팩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해서 지나치게 높은 경우, 합병 대상법인의 주가 희석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합병 실패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팩의 시가총액이 높을수록 합병 대상 기업 입장에서 합병 비율이 불리하게 산정돼 합병 가능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스팩과의 합병을 통해 상장된 기업인 케이사인(KB스팩 2호)에 이어 올해는 나노(유진스팩 1호), 글로벌텍스프리(우리스팩 3호), 프로스테믹스(KB스팩 3호), 선바이오(대우스팩 2호), 엑셈(교보위드스팩), 액션스퀘어(KB스팩 4호), 엔지스테크널러지(LIG스팩 2호), 판도라티비(하나머스트스팩 3호), 심엔터테인먼트(현대드림스팩 2호) 등이 차례로 상장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