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의 반란'…삼환기업 경영진 퇴출 초강수
'개미들의 반란'…삼환기업 경영진 퇴출 초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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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환기업 본사 (사진=성재용 기자)

이달말 상폐 위기…지분포기 및 사재출연 압박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성난 개미들의 반란'으로 대주주 일가가 경영진에서 퇴출된 삼환기업이 이달 말까지 완전 자본잠식에 따른 상장폐지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삼환기업 소액주주와 노동조합은 대주주 일가가 부실경영의 책임을 지고 지분 포기와 사재 출연 등을 통해 상폐를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회사 측은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환기업은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액 5103억원, 영업손실 207억원, 순손실 504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전년대비 영업손실폭은 줄었지만, 적자를 면치 못했다.

2년 연속 영업손실로 재무구조는 크게 악화됐다. 지난해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42억원으로, 자본금 498억원을 모두 까먹고 완전 자본잠식에 빠졌다. 2013년 초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6개월 만에 조기 졸업한 삼환기업이 2년 만에 다시 위기에 처한 것이다.

당장 삼환기업은 이달 말까지 완전 자본잠식 해소 요건을 입증하지 못하면 상폐 절차에 들어간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3일부터 완전 자본잠식을 이유로 삼환기업 주식 거래를 중지시켰다. 이달 말까지 해소할 만한 조치가 없을 경우 삼환기업은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삼환기업 소액주주와 노조가 주주총회에서 대주주 일가의 경영진 퇴출이란 실력 행사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 20일 소액주주들은 노조와 함께 주총에서 최용권 명예회장의 장남인 최제욱 상무(경영지원실장)와 대주주 일가가 내세운 인물로 알려진 신양호 상무보의 재선임 안건을 부결시켰다. 회사가 요청한 감사보수 한도도 4억원에서 2억원으로 50% 낮춰 통과시켰다.

삼환기업의 지분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최 명예회장(6.67%) 등 최대주주 일가가 22.89%를 갖고 있으며 소액주주(4733명) 지분율은 64.71%에 달한다.

'삼환기업 소액주주 권익 찾기 모임'에 따르면 주총에 참석한 소액주주 20여명은 자본잠식으로 인한 상폐 위기에 대해 경영진에 강력히 항의했다.

권익 찾기 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윤모씨는 "소액주주에게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상장폐지 위기에 처했음에도 주총에서는 대주주 일가의 경영진 안건만 처리하려 했을 뿐 완전 자본잠식과 관련한 경위나 책임 및 향후 계획 등 어떠한 안건도 찾아볼 수 없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게다가 최 회장 일가는 최소한의 사과는커녕 본인들은 불참하고 대리인을 내세웠다"며 "특히 이사선임 후보인 최제욱 상무의 불참은 분노한 소액주주들에게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라고 비난했다.

삼환기업 소액주주들과 노조 측은 대주주 일가가 조속히 지분 포기와 사재출연 등의 책임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실경영으로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노조 한 관계자는 "회사를 어렵게 만들었는데도 대주주로서 아무런 죄책감도 없어 보인다"며 "기업회생을 위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인데 대주주 일가는 어떠한 시도조차 하지 않은 채 노동자와 소액주주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권익 찾기 모임'을 적극 지원하고는 있지만, 재무구조 개선이 안 될 경우 상장폐지는 물론, 영업에도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어 기업 존속마저 위태롭게 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아직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삼환기업 관계자는 "다각도로 방법을 찾으면서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게 아무것도 없다"며 "상장폐지 요건 해소는 이달 말까지인 만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주주 일가의 사재출연 등 책임경영 요구와 관련해서도 "회사 측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답변을 피했다.

한편 최 명예회장은 서울 대학로, 논현동 등에 여러 채의 빌딩을 보유, 부동산 자산만 수천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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