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삼성 '이재용 시대'의 경영과제
[전문가기고] 삼성 '이재용 시대'의 경영과제
  • 권오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경제정책팀장
  • ok@ccej.or.kr
  • 승인 2015.02.27 11: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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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인 경실련 팀장(사진=경실련)

삼성그룹은 지난해 이재용 시대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1차 지배구조개편 작업은 지난해 11월14일 삼성SDS의 거래소 상장과 12월18일 제일모직(구 에버랜드)의 상장이 대표적이다.

제일모직의 경우 삼성그룹 총수일가가 순환출자고리를 통해 안정적으로 그룹을 지배하는 정점회사로 지분 23.24%를 가진 이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다. 삼성SDS는 계열사지분을 제외하면 이 부회장의 지분이 11.25%로 가장 많아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는 회사다.

이재용 부회장은 두 회사의 상장으로 수조원에 달하는 상장차익과 함께 일인 지배체제를 굳혀가고 있으나, 삼성그룹이 안고 있는 경영 및 지배구조문제를 해결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이 부회장이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은 다음과 같다.

우선 금산법 및 보험업법 특혜 해소를 해야 한다. 2006년 12월 국회에서는 '법 시행전의 소유주식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위원회의 승인을 얻은 것으로 본다'는 삼성생명을 위한 금산법 특혜부칙을 신설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생명만 유일하게 삼성전자 지분을 5% 초과해서 보유하고 있다. 보험업법 또한 은행, 증권 등의 타 금융기관과는 달리 자산운용비율 산정기준을 시장가액이 아닌 취득가액으로 적용하고 있어 금융기관 건전성 기준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 때문에 삼성생명을 위한 특혜 법이라고 비난받고 있다.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의 시가는 자기자본 대비 70% 이상으로 상당한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비정상적인 자산운용 구조 때문에 삼성전자의 위기가 올 경우 삼성생명의 위기로 이어지고, 나아가 보험계약자와 그룹전체,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이 부회장은 금산법과 보험업법 개정 여부를 떠나, 삼성그룹이 누려온 특혜와 경제적 위험, 금융기관 건전성 기준의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삼성생명의 과도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함이 옳다.

다음으로 본인의 직접적 개입이 없었더라도 회사 및 임원들의 편법을 통해 얻은 불로소득에 대해 도의적 차원과 국민정서를 고려해 사회환원에 나서는 결단을 내려야한다. 이 부회장의 제일모직과 삼성SDS 지분은 발행 주도자들의 편법적인 전환사채(CB)의 헐값 발행과 불법 신주인수권부사채(BW) 헐값 발행에 따라 확보되어진 것이다. 그 결과 이 부회장은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상장차익과 그룹 지배권을 얻게 되었다. 이렇게 얻게 된 지분을 일감몰아주기, 합병 등으로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불로소득과 경영권 까지 확보한 과정은 땀 흘려 성실하게 일해 온 일반 국민들 앞에 정당화 될 수 없다.

지금 국회에는 횡령·배임 등 불법 행위로 취득한 수익을 환수한다는 '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 및 범죄피해 구제에 관한 법률안'이 박영선 의원 등에 의해 발의 되어있다. 불법을 통해 발생한 삼성SDS 불로소득의 최고 수혜자임과 동시에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일어난 일인 만큼, 이 부회장에겐 직접적 불법행위는 없었더라도 막중한 도의적 책임이 있다. 이는 이 법안을 '이학수 특별법'이 아닌, '이재용 특별법'이라고 불러야 하는 이유이다. 나아가 지지부진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 사회환원 약속까지 그룹차원에서 매듭짓고 가야 한다. 2008년 삼성특검 당시 드러난 이건희 회장의 차명재산은 세금·벌금 등을 제외하고 1조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에서는 2014년 11월 '삼성그룹 승계 및 지배구조개편에 관한 경제·경영학자 108명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주요 결과를 보면, 삼성그룹이 해결해야할 지배구조개편 과제는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를 활용한 소수 지분 총수일가의 그룹지배(75.9%), 총수1인의 황제경영으로 인한 계열사 독립경영체제 결여(51.9%) 등을 꼽았다. 삼성그룹이 해결해야할 경영과제로는 세습경영(48.1%), 새로운 그룹 수익모델 창출(33.3%), 상생경영부족(26.9%), 무노조경영(26.9%) 순으로 나타났다.

3세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지켜야 할 중요한 원칙으로는 증여 및 상속세 정상납부(55.6%), 경영권 승계 절차에 대한 투명성 확립(37%), 공정거래법 및 기업관련법 등 준수(32.4%) 순으로 응답했다. 삼성그룹이 향후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 모델로는 일반지주 및 금융지주가 완전히 분리된 지주회사체제(73.1%)가 압도적이었다. 이 모든 결과가 이 부회장이 해결해야 할 경영과제이다.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문제는 한 집안의 문제가 아닌 국가경제의 문제이다. 최근 삼성그룹이 순환출자고리를 축소한 긍정적인 부분이 있지만, 여전히 그룹지배를 위한 핵심적인 순환출자 고리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금산분리 문제가 남아있다. 삼성그룹이 국내 경제규모에서의 1위가 아니라, 국민 신뢰 1위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의 바람직한 지배구조 개선 의지와 실천이 중요하다. 이것이 불합리한 세습과정을 거쳐 삼성그룹을 지배하고 있는 총수일가가 한국 사회와 국민에게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책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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