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떡' 황제株, 액면분할 효과 있을까?
'그림의 떡' 황제株, 액면분할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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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활성화 방안으로 부각…"일시적 효과" 지적도

[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 화장품업체 아모레퍼시픽이 전날 297만3000원을 기록하며 300만원 고지를 내다보고 있다. 최근 2거래일 연속 장중 300만원을 터치하기도 했다. 롯데칠성과 롯데제과의 주당 가격도 180만원을 넘나든다. 이들 주당 가격은 일반 직장인 월급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소액 투자자들에겐 그저 '그림의 떡'일 뿐이다. 높은 주가는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다는 비판을 받곤 하지만 거래 부진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최근 주식시장에서 주가부양책의 일환으로 초고가주의 액면 분할 방안이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간 개인 투자자들이 접근하기 힘들었던 액면가가 높은 주식들을 분할해 접근성을 높이고, 나아가 거래량이 증가된다면 국내 주식시장은 상당한 역동성을 얻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초고가주에 대해 액면을 분할하더라도 기업가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할 뿐더러, 단순 이벤트성에 그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를 통한 주가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서 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은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 롯데칠성, 롯데제과, 태광산업, 영풍 등이다. NAVER, 오리온, 오뚜기, 롯데푸드, 남양유업, KCC 등도 주당 가격이 50만원이 넘는다.

이들 초고가주는 액면가가 높을수록 시가총액 비중은 컸으나 개인 투자자들의 접근이 어렵기 때문에 거래량이 저조한 게 일반적이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거래 비중은 코스닥이 87.5%인 데 반해, 상대적으로 초고가주가 많은 유가증권시장은 43.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거래대금 기준 개인투자자 비중은 45%로 개인투자자의 시장참여가 가장 활발했던 2000년대 초반의 70%에 크게 줄었으며, 지난 2011년에보다도 10%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초고가주에 대한 액면분할이 이러한 시장침체를 극복할 해결책으로 언급되고 있는 모습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지난 1월20일 초고가주에 대한 유동성 부족 해결 방안으로 액면분할 추진 의사 밝히면서, 기업들의 주식분할을 적극적으로 유도한 바 있다. 액면분할은 소액 투자자들의 시장 참여를 증가시켜 유동성 및 주가상승의 긍정적 효과를 불러올 것이라는 기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액면분할의 1차적인 목적은 거래량 증대와 증시 활성화, 주주환원정책에 있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거래대금이 증가하면 거래세도 증가, 자연스레 안정적인 세원 확보가 가능해진다는 측면이 있다"며 "이런 관점에서 액면분할은 우리 정부가 두 마리 토끼를 한꺼 번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제로 지난해 거래소에서 발간한 보고서 따르면 액면분할 직후에는 거래대금 변화가 크지 않으나 일정기간이 경과한 후에는 신규 개인투자자 수요 증가와 회전율 상승으로 거래대금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며 "또 국내 시가총액 비중 1위인 삼성전자를 액면가 5000원에서 500원으로 액면 분할하면 하루에 약 1억원의 증권거래세 증대 효과가 기대된다고 언급된 바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액면 분할에 따른 유동성 효과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주식분할 이후 활발한 거래와 주가 상승이 장기에도 이어지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 상승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가 바탕이 돼야 한다"며 "기업이익 개선 없이 일시적 유동성 확대에 따른 거래증가나 주가상승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뿐 장기 성과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동원 SK증권 연구원은 "액면 분할 이후 미국 다우존스 산업 지수와 분할 기업의 주가를 분석해보면, 액면 분할 1년 후 해당 기업이 다우존스 지수를 아웃퍼폼할 확률은 44.6%였다"며 "이 처럼 미국 우량주의 사례를 통해서도 액면 분할로 인한 주가 부양 효과는 기업 가치에 근본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에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일시적 이벤트보다는 기업 실적의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현재 국내 주식시장에서 1주당 50만원이 넘는 초고가주는 15종목도 채 되지 않는 데다 그 종목이 모두 액면분할을 시행할 것이라고는 단언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시장전체의 유동성 개선으로까지 이어지기에는 그 수량이 아직 불충분해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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