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미사일 발사의 타이밍
北 미사일 발사의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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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마침내 미사일을 발사했다.  스커드 미사일을 포함해 무려 7발이나 발사했고 그 중 초점이 됐던 대포동 미사일은 공중 폭발을 해서 북한의 계획이 무엇이었든 일단 실패를 했다. 미국과 일본이 미사일,  특히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이라고 주장해도 위성 발사체라고 한마디 하고는 입을 다물었던 북한의 입이 미사일 발사 실패 후 더 꾹 다물어졌다.

유엔 안보리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앞장서서 북한 제재를 결의하자고 목청을 높이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신중하게 행동하자며 일단 제동을 걸었다. 물론 추후 행보들이 어떻게 바뀔지 여부는 알 수 없다. 한국동란 당시 유엔 안보리의 참전 결의 과정을 되돌아보면 그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지금은 1950년의 상황과 매우 달라졌다는 점에서 바뀔 가능성이 적어 보이기는 한다. 무엇보다 당시 패전국으로 평화헌법 아래 전후 복구에만 매달리던 일본이 지금은 강대국 반열에 올라 헌법을 바꾸고 재무장을 하려 혈안이 돼 있다. 그러니 미·일간 유착관계 속에 유엔을 움직이려는 현 상황이 중국이나 러시아에 달가울 리 없다. 

더욱이 미국의 현 부시정권은 군수산업체와 매우 가까운 정권이라고 널리 알려진 상태다. 일본은 그런 미국을 등에 업고 좌충우돌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 우리와는 독도를, 러시아와는 쿠릴 열도 4개 섬을, 중국과는 남사군도를 둘러싼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하며 갈등을 고의적으로 유발하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이런 저런 상황을 미루어 보건대 당분간 중·러의 제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일본이 재무장을 용인받을 목적으로 분쟁지역 도서 영유권 포기를 내걸고 중·러와 흥정한다면 혹 어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기는 하다.
어떻든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로 인해 한반도에 살고 있는 당사자들은 물론 그 주변국들까지 뒤숭숭하다. 북한이나 미·일 양측이나 모두 제 말만 하고 상대의 말은 묵살해버리는 상황에서 균형추 구실을 하고자 하는 한국 정부의 노력은 더욱 지난해 졌다.  

미국과 일본이 주장해온 대로 미사일이 발사되었으니 이제 며칠 내로 추가 발사가 있으리라는 미국의 경고가 더 힘을 받게 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미국이 애초에 주변국들의 무시를 당하면서까지 위험을 경고했던 핵 미사일은 아닌 것이 확실해 보인다는 점이 다소나마 위안이 될 뿐이다.

그런데 이번 발사의 시점을 보면서 북한은 어쩌면 저렇게 상대를 불쾌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졌을까 경이로움을 느낄 지경이다. 하필 7월4일이라니.
독립기념일 행사를 대대적으로 벌이며 이라크 전으로 인해 또다시 피곤을 느끼는 미국민들의 기분을 달래고 사회 분위기를 띄워보려던 미국 정부로서는 얼마나 짜증날 상황이겠는가 싶다. 더욱이 여러 사정으로 지연되던 우주왕복선 디스커버리호를 독립기념일에 맞춰 발사한 미국 정부가 아닌가 말이다. 그런 축제 분위기가 일순간에 갈아앉아 버렸을 미국민들이 딱해 보일 뿐이다.
 
그런가 하면 올해 7월은 한국의 독도 주변 해역 해로조사를 둘러싸고 한·일간 신경전이 고조되며 일본 조사선을 독도 가까이까지 띄우겠다던 일본으로서도 기겁을 할 일이 생겼으니 아무래도 목이 움츠러들겠다 싶다.

물론 발사 중지를 요구해온 한국 정부로서도 결코 유쾌할 수 없다. 식량과 비료 지원 중단 발표는 무시 당한 데 따른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고 미·일과의 향후 공조를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행동이기도 할 터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으로 염려하는 것은 북한의 이번 미사일 발사가 재무장을 간절히 원하는 일본 우익에게 좋은 핑계거리를 제공하게 되는 일이다. 그것을 또 군산복합 정권인 미국의 부시와 네오콘들은 즐기고 있는 게 아닌지도 염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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