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박종복號 vs 씨티-박진회號, '닮은듯 다른' 리더십
SC-박종복號 vs 씨티-박진회號, '닮은듯 다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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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통 뱅커 '교집합'…경영철학·업무스타일 차이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외형 축소와 한국 철수 논란으로 대·내외적 위기를 겪은 양대 외국계 은행이 최근 새 수장 선임을 계기로 분위기 반전에 나서고 있다. 이같은 변화의 중심에는 은행권에서 30년간 뿌리 내려 비슷한 시기에 행장에 오른 두 CEO의 차별화된 리더십이 자리 잡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씨티은행은 지난해 10월 10여년 간 자리를 지켜온 하영구 행장의 후임으로 박진회 행장을 선임했다. 두 달 뒤인 12월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진출 첫 한국인 행장인 박종복 행장을 맞았다.

▲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왼쪽)과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장. (사진=각 사)

◇30년 뿌리 '정통파' 행장…엘리트코스 對 텔러 출신

박진회 씨티은행장과 박종복 SC은행장은 각각 씨티은행 서울지점과 제일은행에서 시작해 행장까지 올라온 '정통파' 부행장 출신이라는 공통적인 배경을 갖고 있으나, 각자의 시작점은 판이했다.

박진회 행장은 시카고대 경영대학원(MBA)를 거쳐 지난 1984년 당시 씨티그룹의 서울지점 재무부서로 입행했다. 여타 외국계 은행과 마찬가지로 씨티그룹은 MBA 출신을 따로 선발해 경영관리 전문가로 양성한다.

박 행장 역시 재무와 기업금융, 경영지원 분야를 두루 거쳐 씨티그룹의 후계자 승계 프로그램인 '탤런트 인벤토리 리뷰'를 이수하는 등 경영자 과정을 차곡차곡 밟아왔다.

그는 취임 이후 "어쩌다보니 행장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행장 선임 과정에서 전 행장의 입김이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세간의 여론에 대한 반박이었지만, 필요 과정을 마친 준비된 행장이라는 점을 설명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반면, 박종복 행장은 경희대 경제학사 졸업후 지난 1979년 제일은행 창구를 통해 은행권에 첫 발을 내딛은 텔러 출신이다. 본사와의 의사소통이 중요한 외국계 은행 수장 자리에 올랐지만 박 행장은 아직도 통역을 이용해 영어 소통을 극복한다.

그럼에도 그가 SC은행의 첫 한국인 행장으로 발탁된 배경은 35년 뱅킹 경력동안 무르익은 현장 감각에 있다. 20년간 영업점에서 고객들과 동고동락하며 얻은 리테일 경력과 삼성, 포스코 등 대기업을 상대로 쌓아온 풍부한 경험이 그룹의 현지화 방침을 이행할 적임자로 평가받는데 기여한 것이다.

박 행장은 스스로에 대해 "창구 텔러부터 시작해 영업점에서 장기간 근무한, 옛날 같으면 잘 못나가는 사람"이라면서도 "열악한 현장에서 뼈가 자라면서 시장의 니즈를 정확히 알게 됐다. 은행권 CEO 중 가장 자신 있는 경험을 가졌다고 말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차분한 '외유내강형' 對 소탈한 '외강내유형'

겉으로 드러난 두 행장의 성격 역시 확연히 다르다. 박진회 행장히 차분하고 꼼꼼한 외유내강형이라면, 박종복 행장은 소탈하면서도 따뜻한 외강내유형 리더십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취임 후 첫 간담회때만 보더라도 박종복 SC행장의 발표는 자유스러웠다. 사업적 내용을 발표할 때 원고를 참고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대체로 참석자들의 눈을 맞추며 자신의 주관을 뚜렷하게 피력했다. "제 임기 중에는 절대로 철수하거나 축소하지 않는다", "은행을 싹 다 바꾸겠다" 등의 발언은 분명한 그의 성격을 엿보게 했다.

그러나 SC은행과 직원, 고객들에게 만큼은 애정어린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행장은 "철수다 축소다 하는 얘기가 많이 있었는데 우리 6000명의 직원, 사적으로 얘기하면 제 후배들의 고용 안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많은 우여곡절과 파업에도 우리 은행을 떠나지 않고 거래하는 기업, 개인 고객을 마음에 묻고 행장직을 맡고 있다"는 언급도 있었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완벽히 준비된 프레젠테이션 화면과 원고를 통해 차분하고 정제된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참석자들의 생일을 일일이 확인해 그주 생일을 맞은 사람에 대한 축하의 시간을 마련한 것도 평소 직원들을 잘 챙기는 박 행장 본인의 아이디어였다는 후문이다.

평소에는 부드러우면서도 필요한 말은 거침없이 하는 강직한 모습도 눈에 띈다. 박 행장은 취임 당시 노조의 출근 저지 퍼포먼스에 대해 "잘못된 방식"이라고 공개적으로 꼬집었으며, 취임 반대 천막 농성 당시에도 직접 노조 천막을 찾아가 대화를 제안하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위기돌파 방식, 신뢰회복 기본 강조 對 신사업 모델 추구

씨티은행과 SC은행은 한국 시장에서 영업하는 외국계 은행의 특성상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하는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그룹 방침에 따라 지점을 축소하고 기업금융에 주력하는 등 최근 수년간의 행보도 비슷하다.

두 행장 역시 은행의 향후 비전에 대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한 외국계 은행만의 분명한 역할'이라는 동일한 기본방침을 제시했으나, 최우선 목표는 '새로운' 채널 추구와 '기본적' 도덕성으로 상반됐다.

박종복 행장의 경우 SC은행이 선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구체화해 올해 안에 새로운 소매금융 채널을 확립하겠다는 비전을 내세웠다. 취임 두달만인 12일에는 신세계 그룹과의 유통 채널 제휴를 공식 발표했다. 지점 수는 줄었지만 와이어리스, 페이퍼리스로 모든 거래가 가능한 유일한 국내 은행으로서 신세계의 유통망을 확보해 소매금융에서의 경쟁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것이다.

박 행장은 "핀테크, 멀티 채널, 옴니 채널 등이 최근 회자되기 시작했으나 SC은행은 3년 전부터 모빌리티 플랫폼을 개발해왔다"며 "신세계그룹과의 이번 제휴를 통해 새로운 고객 채널을 구축함으로써 매년 10만명 이상의 신규 우량고객을 유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진회 씨티은행장은 '진선진미(盡善盡美)'의 자세를 재차 강조하며 금융인으로서 갖춰야할 최우선 덕목을 도덕성으로 꼽았다. 올해를 '민원없는 은행'을 위한 원년으로 선포하고, 신뢰성 회복을 선결과제로 내세운 것도 박 행장의 신념과 무관치 않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카드사업을 함께하고 있어 구조적으로 민원이 많을수밖에 없는 상황임에도 '컴플레인 제로'를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것은 박 행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임직원 윤리교육부터 시작해 전 부문에서 고객의 의사를 적극 반영하는 제도를 도입해 신뢰받는 은행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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