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유기술자 중동 유출…인력관리 '비상'
국내 정유기술자 중동 유출…인력관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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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최근 사우디 등 중동국가 석유회사들이 파격조건을 내세우며 국내 정유사들의 고급 기술인력 스카우트에 나서면서 정유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는 올해 대규모 프로젝트 완수를 위해 국내에서 △엔지니어링 △정유설비 운영(O&M) △ 재무·회계 △프로젝트 매니징 부문에서 100여명 규모의 경력직을 신규 채용한다.

근무지는 사우디 다란 본사고, 자격요건은 전문대·대학교 졸업 이상 학력으로 해외 근무와 영어회화가 가능해야 한다.

평균연봉은 1억원 대로 직원에 호텔급 수준의 숙소(방4개)를 제공하고 가족 동반이 거주가 가능하며 최대 5명까지 자녀교육비를 제공한다. 휴가는 근무기간에 따라 연간 36~56일가량 제공되며 여행경비 등 기타 수당도 지급된다.

앞서 쿠웨이트 KNPC, UAE 국영가스회사(GASCO) 등 타 중동지역 주요 석유회사들도 현지에서 일할 경력 6년 이상의 정유플랜트 엔지니어 모집 공고를 내고 채용을 진행한 바 있다.

이처럼 중동지역 석유회사들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면서 국내 기술자들을 영입하는 것은 석유사업 구조 변화 때문이다.

그간 자국에서 생산된 원유를 내다 파는데 주력하던 이들은 최근 대규모 플랜트를 건설하며 원유를 직접 정제해 수출하는 등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특히, 국내 정유회사에서 쌓은 원유 정제·고도화 기술 노하우를 접목할 경우 정제 원유 수출이 더욱 탄력 받을 수 있을 것이란 계산도 깔려있다.

이에 국내 정유업계는 연봉 인상 등 다양한 회유책을 제시하며 인력유출을 막고는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현재 현장직에 종사하고 있는 기술인력 상당수가 중동지역 업체들로 속속 자리를 이동하고 있다"며 "개인 선택의 문제인 만큼 회사에서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사실상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국내 인력 유출이 결국 우리나라 정유회사들의 글로벌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정유사들의 수익구조는 중동에서 원유를 들여와 휘발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을 생산한 뒤 다시 수출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값싼 원유를 확보할 수 있는 중동지역 국영기업들이 직접 석유제품 판매에 나선다면 국내 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은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 지역이 정유산업에서 강력하게 부상함에 따라 중동과 한국의 관계가 조력자이자 경쟁자로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며 "중동의 대규모 원유정제 설비 증설로 수출시장에서 국내 정유사들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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