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통상임금 '고정성' 불인정…현대차에 '손'
법원, 통상임금 '고정성' 불인정…현대차에 '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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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현대차서비스 조합원에 한해 인정
노조 "혼란 커질 것"…재계 "판결 존중"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법원이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제기한 통상임금 확대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핵심 쟁점인 통상임금의 고정성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사실상 승리는 현대차에게 돌아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4부(부장판사 마용주)는 16일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노조원 윤모씨 등 23명이 사측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원고 2명에게 상여금 미지급분 지급을 인정하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현대차 노사는 통상임금 확대 여부로 공방을 지속했다. 지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인정 요건으로 명시한 정기성, 일률성, 고정성 중 고정성 여부가 핵심 쟁점이었다. 노동계와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는 소송인 만큼, 앞서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초로 예정됐던 1심 선고를 미루고 현대차 노사 양측에게 보강자료를 받는 등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이번 판결에서 법원은 현대차 상여금의 고정성 여부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았다. 상여금은 일정 일수 이상을 근무해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 당시 대법원은 지급일 당시 재직자에게만 지급하거나 매달 일정 일수 이상 일해야 지급하는 경우에는 고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이번 판결로 통상임금 논쟁의 기준점이 마련되면서 임금 체계 개편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통상임금을 별도 기구에서 논의키로 하고 임금 협상을 마무리했다. 이를 통해 마련된 '임금 체계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는 해외 선진임금제도를 참고하는 등 통상임금을 포함한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재판부는 이번 판결에서 현대차 노조 중 옛 현대차서비스 출신 조합원에게 지급되는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현대차서비스는 1999년 현대정공(현 현대모비스)과 함께 현대차에 통합됐다. 현대차와 현대정공의 경우 규정상 '15일 미만 근무자에게 상여급 지급 제외'라고 명시돼 있지만 현대서비스에는 이같은 규정이 없다는 점이 판단 근거다.

재판부는 또 전체 현대차 근로자의 8.7%에 달하는 현대서비스 노조에 대한 상여금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했으므로 이를 지급 시 사측에게 중대한 경영상 위기가 발생하는 '신의성실의 원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3년치 소급분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앞서 현대차 노조원들은 2013년 3월에 상여금과 귀향교통비, 휴가비, 선물비 등 6개 임금 항목을 통상임금이 포함시켜 달라며 사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판결이 나오자 노조 측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경훈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통해 "현대차그룹 계열사 전체에 적용되는 상여금의 고정성은 인정받지 못해 아쉽다"며 "일부 조합원들에 대해서만 통상임금이 인정돼 현장에서 혼란이 커질 것"이라고 밝혔다. 항소 여부는 내부 검토를 통해 결정할 계획이다.

재계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측은 "그동안 하급심에서 대법원의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엇갈린 판결을 내렸던 것과는 달리,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명확히 밝힌 것으로 존중한다"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고정성 요건에 따라 명확한 판결이 나오면서 지난 르노삼성자동차의 통상임금 확대 하급심 등에서 야기됐던 혼란스러웠던 상황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난해 10월 부산지방법원은 르노삼성 노조가 사측을 상대한 소송에서 상여금의 고정성이 없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기준과는 다른 판결을 내려 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신의칙 역시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르노삼성은 항소를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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