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 없는 국제유가, 정유·석화 실적 '빨간불'
날개 없는 국제유가, 정유·석화 실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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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국제유가 하락세가 해를 넘어서도 계속 이어지면서 국내 정유업계와 석유화학업계가 수익성 하락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주유 산유국들이 시장 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치킨게임'에 돌입하면서 국제유가도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거래된 서부텍사스산(WTI) 원유가격은 배럴 당 48.65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불과 6개월여 전인 작년 6월에 배럴당 107달러대에 거래됐던 것을 고려하면 절반에도 미치치 못하는 것이다. 특히, 새해 들어 일주일 만에 4달러나 하락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올 상반기 국제유가가 20달러대로 붕괴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국제유가 급락세가 지속되면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정유업계는 지난해 말부터 비상근무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유사들은 유가가 하락할 경우 큰 폭의 재고 평가손이 대규모 적자로 나타나게 되기 때문이다. 저렴한 유가를 바탕으로 정제마진을 회복할 가능성도 없진 않지만 최근처럼 유가가 급락하는 구간에서는 어닝 쇼크가 불가피한 것이 현실이다.

업계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 정유사들의 적자규모가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37년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GS칼텍스는 연간 순손실이 5000억 원 대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작년 2, 3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의 경우 4분기 실적 전망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며 1~3분기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간 현대오일뱅크 역시 4분기 실적은 좋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원유에서 나오는 납사(나프타)를 재료로 하는 석유화학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유가하락으로 원료의 수입가격이 내려가 비용부담은 줄었지만 최종제품 가격도 인하돼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다. 또 납사가격 하락에 따라 제품가격 하락 전망이 우세하면서 고객사들이 구매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LG화학의 경우 4910억원 규모의 폴리실리콘 투자를 보류했다.

석화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으로 납사 가격이 떨어지면서 원가절감 효과를 얻고 있다"며 "하지만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직접적인 매출감소도 불가피함에 따라 업체들은 각자 투자 계획을 철회하는 등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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