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형증권사 위주의 정책 쏠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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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어중간한 증권사는 모두 망할지도 모릅니다."

새해 증권 업황을 묻는 질문에 대한 한 증권사 직원의 답변이다. 지난해 증권업계는 대대적인 슬림화 과정을 거치며 약 4000명 가량이 여의도를 떠났다.

침체된 분위기에 금융위원회가 NCR규제 완화, 파생상품시장 발전방향 등 여러 정책을 쏟아냈지만, 증권맨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여전히 냉랭하기만 하다.

오히려 정치권의 입김으로 파생상품시장에 양도세가 부과되는 것으로 귀결됐다는 점은 증권업계가 가장 아쉬워하는 부분이다.

무엇보다 중소형 증권사들 사이에서는 NCR 개편 등 대형사 위주의 정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많다. 아예 대놓고 중소형사를 벼랑 끝으로 몰아 인수합병(M&A)을 통해 업황부진을 해결하려는 것아니냐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이같은 금융당국의 속내는 예상을 비켜가고 있는 듯 보인다. 지난해 아이엠투자증권이 메리츠종금증권과 합병한 것을 제외하면 중소형사 M&A 실적은 전무하다.

이는 대다수 증권사들이 증시 거래자금을 기반으로 천수답식 경영을 해온 탓이다. 사업분야에 차별성이 없다보니 그만큼 M&A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더군다나 업황 악화와 영업환경 변화로 M&A를 통해 늘어나는 지점이나 인원 수는 오히려 부담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사들이 사업 차별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IPO시장에서 새롭게 두각을 나타낸 KB투자증권, 그리고 코넥스시장과 은행 간 복합점포 활성화에 힘쓰고 있는 IBK투자증권이 대표적이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형사들의 생존전략이 일부 성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중소형 증권사의 신년사만 살펴보더라도 이트레이드증권은 '이베스트투자증권'으로 간판을 새로 달고 적극적인 해외 진출을 표방했다. KTB투자증권도 아시아지역 크로스보더 딜과 태국 현지 증권사인 KTBST와의 성장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또다른 중소형사들도 대형사의 손길이 닿지 못한 혹은 사업을 접기도 한 해외 곳곳에 뿌리를 내리려고 하는 상황이다.

해외IB 육성을  목표로 한 금융당국의 정책 효과가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사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같은 맥락에서 대형사 위주의 정부 정책이 바람직한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 특히 새해에는 과거 어느 때보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질수 있는 만큼 사업 차별화에 나선 중소형사들이 더욱 두각을 나타낼 수 있도록 정책적 배려가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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