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리더십 공백'…오너경영 뿌리째 '흔들'
대한항공 '리더십 공백'…오너경영 뿌리째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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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 대한항공)

[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올해 항공업계의 최대 이슈는 단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땅콩 회항' 논란이다. 조 전 부사장 개인에 대한 법적 처벌은 물론 대한항공이 입게될 유무형의 피해도 현재로서는 가늠하기조차 어렵다. 여기에 한진그룹의 불안정한 리더십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회사 존립까지 위협하는 '오너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 오너리스크 '불똥', 어디까지?
29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5일 뉴욕 공항에서의 '땅콩 회항' 사건으로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국토교통부는 운항규정 위반 등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사건이 발생한 대한항공 인천~뉴욕 노선(KE086)편에 대해 운항정지 21일 또는 과징금 14억4000만원을 부과하는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는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통해 50%까지 경감 또는 가중될 수 있어 최대 31일의 운항정지 처분을 받을 경우 손실액은 약 37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표면적으로는 조 전 부사장 뿐만 아니라 이번 사건의 증거 은폐 혐의로 여모 대한항공 상무도 검찰의 수사망에 들어가면서 임직원에 대한 민형사상 처벌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대형 악재는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약 3주간 대한항공의 주가 상승률은 2.8%로 나타났지만, 최근 국제유가 하락이 항공사에 큰 호재라며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일 것이라는 업계 예측에는 한참 못미치는 결과다.

같은기간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주가가 14.9% 상승해 시가총액 역시 1697억원 불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한항공은 4000억원 가량의 시가총액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함께 조 전 부사장이 맡고 있던 사업에도 먹구름이 끼었다. 대한항공은 앞서 경복궁 인근 3만7000㎡ 용지에 7성급 호텔 건립을 추진하던 중 관련 법안에 막혀 정부 승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특혜 시비 논란 등으로 법안 통과가 난항을 겪어온 상황에서 이번 사건으로 이 사업은 사실상 무산될 위기에 처해졌다.

여기에 국내외 일각에서는 대한항공에 대한 불매 운동 조짐을 보이는 등 대내외 신뢰 추락까지 감안하면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된다.

◇ 손 쓸 때마다 논란 증폭…증거은폐 정황까지
이번 논란을 키운 데는 대한항공과 조현아 전 부사장의 '부적절한 대응'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사건이 알려진 직후 대한항공은 언론을 통해 "비상상황이 아니었는 데도 항공기를 제자리로 돌려 승무원을 하기시킨 점은 지나친 문제였다"면서도 "당시 항공기 회항으로 인한 항공기 안전에는 문제가 없었다. 대한항공 임원들은 항공기 탑승 시 기내 서비스와 안전에 대한 점검의 의무가 있다"며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을 옹호하는 듯한 입장을 밝혀 국민의 공분을 샀다.

조 전 부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나는 과정도 매끄럽지 않았다. 조 전 부사장은 9일 대한항공과 관련된 모든 보직에서 물러나겠다고 했지만 부사장 직함과 KAL호텔 네트워크 등 계열사 대표직은 계속 수행할 것으로 알려져 '무늬만 사퇴'라며 비난이 들끓었다. 그러자 하루 뒤인 10일에는 대한항공에 사표를 제출하고 부사장 직함을 내려놨다.

그럼에도 여론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고 결국 12일 조 전 부사장은 국토부 조사장에 나타나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같은 날 아버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도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후에도 조 전 부사장이 당시 강제로 하기시켰던 사무장의 인터뷰와 국토부 및 검찰 조사를 통해 폭언·폭행과 더불어 대한항공 직원들의 조직적인 증거 은폐 정황까지 드러나면서 사태는 더욱 악화됐다.

◇ 권위적 오너경영 한계 드러내…후계구도 '안개 속'
특히 이번 사건은 오너중심 경영 체제의 취약점을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대한항공 사내에서는 오너가 정한 일에 대해 함부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없는 권위적 문화가 팽배했다고 입을 모은다.

단적인 예로 조 전 부사장이 이번 사건으로 국토부 조사장에 출석했을 당시, 대한항공 임직원이 건물 청소부에게 여자 화장실을 한번 더 청소해 줄 것을 요구한 사실은 '상명하복식' 기업문화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평가다.

이같은 경영시스템을 견제할 만한 수단도 전무하다. 대한항공의 경우 사내이사 6명 중 4명이 오너 일가며, 회사 밖에서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조차 회사와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있어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원은 "오너가 주도하는 위기 관리 및 경영 승계 시스템이 회사 가치와 평판 보호에 성공했는 지 의문"이라며 "오너리스크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저해하고, 회사의 평판과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높일 뿐만 아니라 자본시장의 건전한 성장과 발전에 중대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 = 대한항공)

이번 논란으로 한진그룹의 3세 후계구도 역시 안개 속에 휩싸였다. 앞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조현아 전 부사장 뿐만 아니라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의 초고속 승진을 단행하면서 경영 승계의 초석을 다진 바 있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이 계열사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에서 모두 물러나면서 당분간 경영복귀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조원태 부사장과 조현민 전무 역시 부적절한 과거 행적이 입길에 오르면서 경영자로서의 자질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로써 한진그룹의 승계구도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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