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銀 '첫 한국인 행장' 카드…구원투수 역할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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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종복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행장 내정자. (사진=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여론 악화+적자 해소 '과제'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대규모 개인정보유출 사태에 이은 소매금융 철수설, 국부 유출 논란 등으로 곤혹스러운 한해를 보낸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이 한국인 행장 선임 카드를 꺼내들었다. 특히 옛 제일은행 출신의 소매금융 분야 전문가인 박종복 부행장을 행장으로 내정한 것은 내·외부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한 SC 측의 의도가 깔려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년새 두번째 수장 교체 '긴급처방'

SC은행은 23일 임시 이사회 및 주주총회를 열고 박종복 리테일금융총괄본부 부행장을 차기 은행장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승인했다. 박 부행장은 향후 SC금융지주 이사회를 거쳐 지주 회장직도 겸임할 예정이다. 공식 취임 날짜는 내년 1월 8일이다.

이같은 SC은행의 한국인 행장 선임은 일차적으로 '여론 달래기' 차원의 긴급처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아제이 칸왈 현 SC행장이 이같은 변화를 그룹 측에 강력히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칸왈 행장은 이날 박 내정자의 선임 발표 이후 임직원 메세지를 통해 "SC은행 진출 10년만의 최초 한국인 은행장 임명은 한국 현지화에 대한 그룹의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박 내정자는 한국SC은행의 재도약의 주축이 될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도 박 내정자가 지난 1979년 제일은행에 입행해 SC은행의 부행장까지 오른 인사라는 점에서 SC은행 내외부는 물론 시장 평가에서도 이질감 없이 받아들여질 여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박 내정자는 SC은행의 제일은행 인수 후에도 PB사업부장, 영업본부장, 소매채널사업본부장 등을 맡아왔다. 때문에 SC은행의 소매금융 지점 통폐합과 기업금융 강화 방침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한국 시장 철수설'을 잠재우기에도 유리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SC은행 관계자는 "박 내정자는 SC은행 전반의 소매금융부터 시작해 은행의 영업 분야를 두루 경험한 영업통"이라며 "그 능력을 인정받아 현재도 리테일 총괄 부행장을 맡으며 SC은행 지사들을 전반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부정적 여론·실적 악화 '난제'

특히 역대 4명의 행장 모두 외국인으로 선임해온 SC은행이 한국인 행장을 선임하기로 결정한 배경에는 1년 이상 지속되고 있는 대내외 악재와 함께 심화된 부정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결단이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 SC은행장직을 맡고 있는 아제이 칸왈 행장은 올 4월 신규 선임돼 임기(2017년 3월)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있으나, 선임 6개월 만에 겸임해오던 동북아 지역총괄 대표직만을 맡겠다는 방침을 지난 10월 돌연 밝혔다.

이에 일각에서는 SC은행 노동조합이 칸왈 행장에 대해 "취임 이후 계속되는 경영난에도 은행 자금을 이용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해왔다"며 공개 비판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지난 10월 한국인 행장 선임 방침과 함께 칸왈 행장의 퇴임 의사가 발표된 이후, SC은행은 본사로의 1조원 배당계획이 담긴 문건이 공개되면서 대대적인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였다. 이에 SC은행이 이달 초 최대 4500억원으로 향후 2년 배당 계획을 한정하면서 비판 여론이 잦아든 상태다.

앞서 칸왈 행장의 전임 행장이었던 리차드 힐 행장도 내년 12월까지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지난 4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10만여건에 달하는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적자로 돌아선 실적 악화 논란이 주된 배경이 됐다. 이같은 악재가 최근 1년간 이어져온 탓에 여론이 곱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SC은행은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누적기준 43억원의 순적자를 기록하는 등 영업 능력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NICE신용평가가 지난 22일 SC은행의 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하향하는 등 시장 평가도 악화되고 있어 신임 행장에 거는 실적 회복 기대도 높다.

SC은행 관계자는 "박 내정자의 선임이 SC그룹 특유의 국제적 네트워크와 한국 시장의 비즈니스 기회의 시너지가 창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내년 공식 취임 이후 박 신임 행장이 주도하는 SC은행의 구체적인 향후 경영 전략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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