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상품권 관련 규제, 통합 논의해야 할 시점
[전문가기고] 상품권 관련 규제, 통합 논의해야 할 시점
  •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 hoonjung@kbfg.com
  • 승인 2014.12.19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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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훈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연구위원

현대적 형태를 갖춘 상품권은 1961년 '상품권 법' 제정을 계기로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했다. 한때 과소비 조장 우려를 계기로 발행이 금지되기도 했으나, 1999년 소비 진작과 규제 완화 차원에서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 발행은 사실상 완전 자유화됐다.

기업이 상품권을 발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선매(先賣) 효과를 꼽을 수 있다. 판매된 상품권에 대한 재화와 용역의 실제 제공은 상품권 구매 이후 시점에 이루어지므로, 그 시차 만큼 '화폐의 시간 가치'라는 이익이 발생한다.

즉 먼저 돈을 받고 물건은 나중에 주니 그 시간만큼 이자 이익이 생기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미래의 시장 잠식이나 사회적 스캔들로 매출이 급감하더라도 수익을 미리 실현했기 때문에, 경영 리스크의 일부를 분산 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상품권의 또 다른 기능은 재구매(재방문) 유도다. 한번 방문한 고객을 고정 고객화하기 위해, 대기업 뿐 아니라 자영업자도 다양한 형태의 자체 제작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상품권으로 발생 가능한 이익 중 빼놓기 쉬운 것이 낙전(落錢) 수입이다. 상품권의 분실이나 유효 기간 내 미사용 등으로 인한 낙전 수입은 고스란히 상품권 발행자의 이익으로 남게 되는데, 현재 대형 백화점 상품권의 낙전 수입은 약 1%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내 여러 설문 조사에서 상품권은 여전히 '받고 싶은 선물' 1위로 보고되고 있다. 상품권을 '민간에서 발행하는 화폐 대체 수단의 총칭'으로 정의할 때, 합법적으로 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 거래액은 연간 약 11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지하 경제에서 유통되고 있는 상품권까지 포함하면 국내 전체 상품권 시장은 이보다 훨씬 큰 규모로 추정되나, 정확한 규모 파악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상품권은 경기 침체 시 소비 활성화를 유도하고, 자영업자의 수요 확대 및 판매 촉진에 기여하며, 재래 시장 등 특정 업계나 사회적 약자 계층에 대한 정책적 지원에 활용될 수 있다는 순기능이 있다.

그러나 상품권 덤핑에 따른 저가·저질 상품 공급, 사채업과 연계된 부당 거래, 하청업체나 협력사 대금 지급 시 상품권으로 결제하는 '갑의 횡포' 등, 상품권과 관련된 불법적 거래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부작용을 억제할 수 있는 상품권 관련 규제는 총 10여 개의 법률에 산재돼 있으며, 소관 부처도 5개로 분산돼 있어 관리의 혼선이 우려된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형 상품권인 선불카드와 전자 화폐형 상품권은 금융위원회, 도서·문화상품권은 문화체육관광부, 재래 시장용 온누리 상품권은 중소기업청 등으로 소관 부처가 분할돼 있다. 또 상품권 권면에 표기해야 할 사항을 규정한 법률은 공정거래위원회 소관이고, 상품권 인지세 납부 대상과 부과 금액에 대한 법률은 기획재정부 소관이다. 상품권 깡 등 그 사회적 부작용이 심각한 것을 인지하면서도, 통합해서 책임지고 관리·감독할 부처가 없는 현실이 다소 아쉽다.

최근에는 모바일 상품권 발행이 급증하면서, 관리의 사각 지대에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상품권이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인터넷이나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거래 되는 상품권은 유효 기간이나 그 피해 보상 기준이 발행자마다 제 각각이어서, 소비자의 혼돈과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 부처간 '업무 중복' 또는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원화된 관리 감독 체계와 관련 법규의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규제 철폐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의 규제를 적절하게 통합하는 지혜도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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