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들, 유가하락에 전전긍긍…수주달성 '빨간불'
건설사들, 유가하락에 전전긍긍…수주달성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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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두바이유 가격이 2009년 이후 최저수준인 61.57달러까지 떨어지는 등 국제유가 하락세 지속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목표로 잡았던 해외건설 700억달러 수주달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중동 국가들이 유가 하락에 따른 재정수지 악화 가능성을 고려해 석유화학 플랜트 공사 발주를 미루고 있는데다 유럽 건설사들이 최근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벌이고 있어서다.

◇ 중동발주량 3분기부터 감소세

15일 해외건설협회 등에 따르면 이날 현재 국내 건설업체의 해외수주액은 총 597억달러다. 지난해 해외수주실적(652억달러)의 91.5% 수준으로, 중동 발주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700억달러 달성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수주 '텃밭'인 중동의 발주 감소는 유가 하락이 본격화된 올 3분기부터 현실화됐다. 올해 1분기 817억달러, 2분기 543억달러를 기록했던 중동 발주량은 3분기 들어 305억달러로 떨어졌다. 이는 2012년부터 올해까지 중동 발주액을 분기별로 나눈 값 가운데 최저 수준이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유가 하락 여파로 대형 정유 플랜트 공사 발주가 지연된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산유국은 대개 배럴당 75달러 안팎을 기준 유가로 잡고 예산 및 발주계획을 편성한다. 유가 하락이 계속되면 이 금액을 기준으로 편성한 재정수지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동 국가들이 발주계획을 축소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중동 산유국들의 신규 발주량이 대폭 줄었다. 3분기 중동 전체 발주액은 305억달러로, 전분기(543억달러)대비 44%(238억달러)나 감소했다. 1분기(817억달러)에 비해서는 63%나 급감했다.

특히 과거 국내 업체들이 높은 수주고를 올렸던 지역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2011년부터 3년간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수주 1위였던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우 29억5112만달러로 전년동기(99억7266만달러)대비 70%나 급감했다. 2022년 월드컵 개최가 예정돼 있는 카타르 수주 물량 역시 전년대비 62% 줄어든 9억5786만달러에 머물렀다.

협회 관계자는 "원유 판매수익을 통한 재정의존도가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신규 발주가 줄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시장 의존도가 높은 국내 건설기업에 직접적인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건설업체들의 수주 실적도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현대건설, 삼성물산, 대우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 국내 6개 대형 건설업체는 3분기 중동 및 북아프리카에서 1조2000억원의 수주고를 확보하는데 그쳤다. 이는 전분기(6조8000억원)대비 82% 이상 줄어든 것으로, 4분기 중동과 북미에서 거둔 수주실적은 7000억원에 불과하다.

◇ '가격경쟁력 우위' 유럽 업체의 득세
또 다른 문제는 최근 유럽 건설사들이 중동지역 진출을 점차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美 건설·엔지니어링 전문지 ENR에 따르면 2012년 매출액 기준 중동 지역 5위였던 그리스 건설업체 CCC社가 지난해 3위로 전년대비 두 계단 상승했다. 이탈이아의 사이펨社도 2012년 6위에서 지난해 5위로 한 계단 올라섰다.

반면 같은 기간 매출액 3위였던 대림산업은 6위로, 8위였던 GS건설은 10위로 하락하면서 유럽 건설사들에게 자리를 내줬다. 2012년 기준 중동지역 매출액 9위였던 SK건설은 아예 1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가 그동안 중동시장에서 저가수주 경쟁을 자제하던 유럽업체들이 적극적인 수주전력으로 선회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유럽의 경기침체로 유럽 내 발주가 줄어들면서 과거 유럽 내 발주사업만으로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받던 유럽 업체들이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 중동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유럽 업체들이 과거보다 기대수익을 낮춰 잡은 데다 유로화 약세를 업고 가격경쟁력까지 갖춘 상태에서 국내 업체들과 경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건설사들은 오히려 중동에서 '제 값 받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한 때 중동 건설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했던 국내 건설사들이 저가수주 여파로 '승자의 저주'를 경험하면서 최근까지도 실적 부진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는 "우리 건설사들이 저가로 수주한 중동사업을 진행하면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 회사 전체가 실적 악화에 시달린 뒤로는 무조건 낮은 가격을 써내 일단 수주하고 보자는 식의 입찰은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국제유가 하락 여파로 향후 공사 발주량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보여 국내 건설사들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대형건설사 C사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이미 경쟁이 치열해진 중동시장 수주에만 매달리지 않는다"며 "아프리카나 동남아시아, 북미 등 시장을 다변화하려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협회 관계자 역시 "국내 건설사들이 적정한 가격을 받고 수주하려는 것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기술력 확보 등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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