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국제유가 폭락에 해외수주 '빨간불'
건설업계, 국제유가 폭락에 해외수주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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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사진 (본 기사와는 무관 ,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주요 산유국들의 플랜트 발주가 크게 줄어들면서 국내 건설·플랜트 업계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유가 하락으로 재정위기에 직면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산유국들이 원유·가스 등 플랜트 건설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업계는 내년 산유국들의 플랜트 발주 감소세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해외수주 다변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 산유국들, 재정압박으로 발주량 줄여
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유가 하락에 따른 중동 산유국의 플랜트 발주 감소는 이미 건설업계의 해외수주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내 건설업계의 수주 '텃밭'으로 불리는 세계 최대 산유국 사우디아라비아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사우디에서 올린 수주액은 총 29억5113만달러로, 전년동기(87억5826만달러)대비 3분의 1가량 급감했다. 이에 따라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수주 1위 자리를 지켰던 사우디는 올해 순위가 아랍에미리트(UAE)와 베트남에도 밀리면서 7위로 내려앉았다.

국내업체가 중동 산유국인 카타르에서 따낸 일감도 크게 감소했다. 올 들어 건설업계의 카타르 수주액은 총 9억5786만달러로 전년대비 62%나 줄었다.

이처럼 중동 지역 산유국에서 수주한 공사가 크게 감소한 것은 유가 하락으로 재정수입이 줄어든 이들 국가가 원유·가스 플랜트 발주를 줄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사우디 정부는 올해 건설투자 규모를 661억달러로 전년대비 13%가량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최근 유가 폭락으로 산유국들의 재정압박이 심해지고 있어 관련 플랜트 발주는 더욱 위축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이라크, 나이지리아 등 일부 산유국은 내년 재정지출을 줄이도록 예산계획을 수정하고 있다. 당장 정부 예산의 95%를 원유 판매 수입에 의존하는 이라크의 경우 유가 하락에 따라 현행 예산안을 폐기하고 조만간 새 예산안을 편성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사우디 역시 균형재정을 위해 유가가 배럴당 99.2달러를 유지해야 하는 상황으로 현 유가 수준에서는 대규모 적자가 예상된다. 원유 판매 수입이 재정의 75%를 의존하는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 나이지리아도 긴축재정에 들어갔으며 내년 재정지출을 최대 6% 줄일 계획이다.

◇ 국내 건설사들, 대책 마련 '고심'
때문에 국내 건설사들이 산유국들의 재정악화에 따른 플랜트 시장 위축에 대비해 해외 진출 지역 및 공종을 다변화해 충격을 상쇄한다는 계획이지만, 선결해야 할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국내 대형 건설사들의 경우 산유국이 많은 중동 지역을 텃밭으로 이뤄왔기 때문에 우려가 크다. 중동의 풍부한 오일머니에서 나오는 각종 플랜트가 해외 주력사업이기 때문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중동 국가들은 일반적으로 배럴당 70달러 안팎을 기준유가로 잡아 예산과 발주계획을 수립하는데, 유가가 60달러 중반대로 떨어지면 수익성을 문제로 내년에 발주할 물량을 축소하거나 시기를 미룰 수 있다"며 "게다가 유가 하락이 장기화될 경우 해외공사 수주도 낙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최근 대형건설사들의 해외건설 수주 감소가 아직 유가하락에 따른 IOC(석유오일메이저)·NOC(국영석유회사)의 발주 감소로 보기에는 시기상조"라면서도 "유가 감소 추세를 볼 때 향후 NOC의 투자계획 지연이나 취소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건협에 따르면 3일 현재 중동 지역 국가에서의 건설 프로젝트 수주액은 305억8965만달러(98건)로, 전체 해외 수주금액의 51.8%를 차지하고 있다. 중동 지역 발주량이 줄어들면 그만큼 전체 영업에도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대형건설사 A사 관계자는 "최근 공사수주 국가나 공종을 다양화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중동·아프리카 플랜트 수주의 의존도가 높다"며 "유가가 공사수주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B사 관계자도 "해외수주 상당수를 차지하는 중동의 경우 유가 움직임에 민감하다"며 "대비책을 항상 마련하긴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세가 가팔라 완벽한 대비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당장 벌이고 있는 사업에는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저유가 상황이 계속될 경우 중동 지역 발주가 감소해 향후 수주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대형건설사 C사 관계자는 "아직 유가 하락에 따른 실질적인 타격은 발생하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중동지역 플랜트 수주가 눈에 띄게 줄어들면서 해외수주 침체가 우려된다"며 "중동 플랜트 시장이 위축될 경우 미국·캐나다 등의 셰일가스 플랜트 발주가 활발해질 수 있지만, 국내 업계가 이들 지역에 진출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대형건설사 D사 관계자 역시 "내년 중동 지역 발주 축소가 불가피해 보이며 단순히 정유 플랜트뿐만 아니라 담수·발전·화학 플랜트 등 다른 플랜트 발주도 감소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며 "중동 지역 업황 변화를 꾸준히 지켜보면서 내년 사업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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