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완화·저금리 정책에 4조…집값하락 시 소비 위축 '타격'
[서울파이낸스 온라인속보팀] 11월 가계대출이 또다시 4조원이나 폭증했다.
이 같은 현상은 '초이노믹스'로 불리는 부동산 규제완화와 저금리 정책으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부동산 가격이 하락할 경우 급증한 가계대출은 민간 소비를 급속히 위축시킨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기업, 외환은행 등 7개 시중은행의 이달 27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4백43조7천8백34억원으로 10월 말보다 3조9천973억원 급증했다. 마지막 영업일인 28일 증가분을 합치면 증가액은 4조원을 넘는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4조원을 넘어선 것은 8월 4조6천302억원, 10월 4조8천459억원에 이어 올해 들어 벌써 세번째다.
이들 7개 은행에 가계대출을 취급하는 나머지 10개 은행분을 합산할 경우 전체 은행권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10월(6조9천억원 증가)에 맞먹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덩치 큰 KB국민, 우리, 신한은행 등 3대 은행의 경우 가계대출 증가액이 10월에 이어 두달 연속 각각 1조원을 넘어섰다.
11월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국민은행 1조2천386억원, 우리은행 1조669억원, 신한은행 1조600억원에 달한다. 10월 2천339억원에 불과했던 하나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도 11월에는 6천366억원으로 세배 가까이 폭증했다.
가계대출의 급증은 역시 주택담보대출이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7개 은행의 11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3조1천518억원에 달해 10월(3조8천586억원)에 이어 두달 연속 3조원을 넘어섰다. 부동산 규제완화로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의 수요가 크게 늘어난 때문이라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주택대출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초이노믹스 영향으로 집값이 오르고 주택 매매가 활발해지면 문제는 없다. 부동산 중개업소, 이사업체, 가전·가구업체 등 주택 매매와 관련된 모든 업종의 수입이 늘고, 자산 가치가 늘어난 주택 소유자도 소비를 늘리게 돼 소비를 진작하는 선순환의 고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그 하나다.
문제는 초이노믹스의 약효가 떨어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설 경우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는 바람에 빚덩이에 올라앉게 된 가구들의 부담이 커지면서 내수를 더욱 움츠러들게 만드는 악순환의 고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부동산 시장의 상황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어서 부정적 시각에 점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부동산114 조사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11월 셋째주 들어 22주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국민은행이 조사하는 부동산 현장지표인 'KB부동산 전망지수'도 9월 120.6으로 정점을 찍은 후 10월 113.7, 11월 104.1로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부동산써브가 지난주 전국 부동산 중개업소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무려 73.5%가 "9·1 부동산대책 효과가 끝났다"고 답했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주택경기실사지수는 지난달 157.6에서 이달 116.3으로 급락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103으로 세월호 참사 직후인 5월(105)보다 낮아진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한국 경제에 대해 "부동산 활성화 정책으로 인한 가계부채 비율 증가로 민간 소비의 리스크가 상승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성 지적을 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