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현대차, 복합할부 갈등 봉합…수수료율 '1.5%'
KB카드-현대차, 복합할부 갈등 봉합…수수료율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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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무려 7개월 동안 줄다리기를 벌였던 KB국민카드와 현대차의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율 협상이 1.5%로 극적 타결됐다. 이는 현재 KB카드의 복합할부 수수료율 1.85%보다 약 0.3%p 낮은 수치로, 양사 모두 '최악의 사태는 피해야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윤종규 회장 내정자 협상 '담판'…막판 조율중

17일 자동차업계와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차와 KB카드는 가맹점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전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수수료 협상에 직접 나서면서 계약을 다시 체결하기로 의견 접근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막판 이견 조율을 거친 뒤 이날 계약서에 최종 서명할 것으로 알려졌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업체에서 자동차를 살 때 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다음날 결제액을 캐피탈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이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이에 카드사들은 자동차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일부를 고객에게 캐시백과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돌려주고 나머지를 캐피탈사와 나눠 갖고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카드 복합할부가 자금 공여 기간이 단 하루에 불과하고 대손 비용도 들지 않는 등 카드사의 원가가 일반 카드 거래보다 더 적게 드는데도 카드사들이 높은 수수료를 챙겨 자동차업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 때문에 현대차는 현재 1.85~1.9%인 카드복합할부 수수료율을 0.7%까지 내려달라고 요구했다가 최근 1.0~1.1%로 인하 폭을 낮춰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카드업계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이 적격비용 이하로 낮추면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이를 거부했다.

급기야 금융당국은 현대차 계열 금융사에 대한 '25%룰' 도입 검토를 시사했으며, 현대차 측은 수수료협상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압박카드라며 적극 반발하기도 했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도 "우리나라의 자동차업계 계열할부금융 비중이 글로벌 제조사와 비교해 높지 않은 수준이다"며 "금융당국이 이를 규제한다는 것은 과도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지난해 6월 기준으로 글로벌 자동차업계 계열할부금융 비중은 BMW 79%, 폭스바겐 70%, 닛산 68%, 혼다 66%, 토요타 63%이며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63%, 49%으로 집계됐다.

◇카드업계 "여전법 유명무실…파장 우려"

그동안 평행선을 달리던 양측이 합의점을 찾은 것은 둘 다 한발씩 양보한 결과로 풀이된다. 협상이  파국으로 치달을 경우 자칫 고객불편을 야기시켰다는 비판과 함께 고객이탈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현대차와 KB카드 간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상 합의 소식에 "일단 복합할부금융이 시장에 존치하게 된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현대차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을 0.7~1.1%까지 낮춰달라는 주장이 여전법 18조 4항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하게 하는 행위'라며 검찰에 고발하거나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카드업계에서는 '1.5%' 수수료율 역시 카드사 입장에서 이익이 거의 나지 않으며 여전법의 근간을 뒤흔드는 협상 결과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적격비용보다 낮은 타결이라는 점에서 황당하다"며 "각 업계 모두가 복합할부 운영에 대해서 고민해봐야 할 시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협상으로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유통업 등 모든 가맹점에서 수수료율 인하가 봇물처럼 쏟아질 것이다"며 "2012년 금융당국과 업계가 합의해 개정한 여전법이 유명무실화될 상황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하된 0.3%p 수수료율과 관련해 요율 감소분을 카드사·캐피탈사·소비자 간에 어떻게 배분되느냐에 따라 시장 상황이 달라질 수도 있다는 관측도 유효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소비자 편익이 두드러지게 감소하고 시장 구조가 독점형태로 간다면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번 협상이 시장에 가져올 영향이나 파장에 대해선 당분간 정밀 관찰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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