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LG·SK도 이미 지주사 전환…삼성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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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사진=삼성·호텔신라·왼쪽부터)

13일 삼성그룹 지배구조개편 기자회견 

[서울파이낸스 박지은기자] "LG와 SK도 한 지주사 전환을 삼성이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語不成說)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3일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개편 관련 경실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삼성그룹이 숨가쁘게 진행해온 지배구조 재편 작업에 생명과 전자의 금산분리(금융자본과 산업자본을 분리하는 것) 방안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생명과 전자를 중심으로 하는 금융, 산업자본을 분리해 지주회사 체제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산분리란 산업과 금융자본의 분리를 의미한다. 삼성과 SK그룹 등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 중엔 제조사와 금융사가 공존하는데, 금융과 산업 계열사 간의 자본을 통한 의존 관계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은행이나 신용카드사 같은 금융계열사가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려면 자기자본의 3%까지만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금산법 부칙으로 생명은 전자 주식 7.5%를 보유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는 삼성이 누리고 있는 특혜"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삼성그룹이 일반지주사와 금융지주사로 분리된 지주회사체제로 나아가야 한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경실련이 지난달 13일부터 24일까지 경제·경영학자 10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지주 및 금융지주가 완전히 분리된 지주회사체제'를 삼성그룹이 지향해야 할 바람직한 지배구조모델로 응답한 이가 77.8%(84명)에 달했다.

박 교수는 "SK그룹과 LG그룹의 경우 지주사체제로 전환하고도 총수일가가 안정적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며 "한 사람이 생명과 전자를 모두 지배하려 하지 말고 금융지주사와 산업지주사를 통한 개선된 지배구조를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경실련은 13일 오전 서울 동숭동 경실련 회관에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관련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고계현 경실련 사무총장,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정미화 변호사, 이의영 군산대 교수,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팀장(왼쪽부터) 등이 참석했다.(사진=박지은기자)

다만 삼성그룹의 금융-산업지주사 분리 주장에 대해 현실적인 제안이 아니라는 시선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지주사 체제가 지금보다 투명한 지배구조인 것은 맞지만 이미 이 부회장이 전자와 금융을,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은 중공업,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은 패션 부문을 맡아 나가는 것이 굳어진 상황으로 보인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한편, 삼성그룹은 오는 14일 SDS, 다음달 18일 제일모직 상장으로 경영권 승계와 사업재편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다. 특히 제일모직은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총수일가의 지분율이 45%에 육박하는 순환출자구조의 정점에 있는 회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SDS 지분율은 11.25%, 제일모직은 25.1%로 두 번의 상장을 통한 차익 추정치만 수조원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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