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거래소를 위한 변명
[기자수첩] 한국거래소를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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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김소윤기자] "한국거래소가 현재 공공기관으로 묶여 있다는 점이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데 있어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해외사업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탄력적인 운용을 필요로 하는 데 정부의 승인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돼 이래저래 비효율적인 상황입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

최근 금융투자업계에는 국내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의 지배구조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등장했다. 지난달 말 거래소는 복리후생비 삭감을 이유로 '공공기관 지정' 요건에서 자유로워졌지만, 방만경영에 대한 우려의 시선은 여전하다.

이는 최근 수년간 업황부진에도 불구하고 직원 1인당 평균 1억원이 넘는 연봉과 1300만원을 넘어서는 과도한 복리후생비로 300여개 공공기관 중 단연 1위를 차지해온 전력 때문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마치 공공기관만 해제되면 날개 달고 날아갈 것처럼 얘기하지만 속내는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 섞인 목소리가 나오는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래소가 민영화를 줄기차게 외치고 해마다 관련 이슈가 반복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현재 거래소는 '공공기관'으로 묶여있으면서도 사업추진과 관련해서는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금도 받지 않는다. 정부의 창조경제의 일환으로 추진된 코넥스와 금시장도 국가 보조금 없이 개장된 시장이다.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이 매년 적자가 불어나는 라오스 합작거래소에 대해 '자기 돈 아니라고 해서 이렇게 돈을 마구 써도 되느냐. 이건 해외진출 확대가 아니라 부채 확대다'라고 호통을 쳤지만 이 역시도 거래소 순수입으로 개설된 시장이다.

정부가 가진 거래소 지분 역시 전혀 없다. 현재 거래소의 보유지분을 갖고 있는 곳은 30여 개의 증권사들로 각각 2~5%정도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공공기관 지정의 주된 요인인 '시장 독점적 지위' 역시 지난해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대체거래소 설립이 가능해지면서 해소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공교롭게도 최근 진행된 WFE(세계거래소연맹) 세미나에서도 거래소의 민영화 문제가 화두로 등장했다. 이번 세미나에 참가한 각 국 거래소 역시 대부분 상장됐거나 상장을 추진 중이다. 한국거래소가 글로벌 거래소로 도약하기 위해서라도 상장 절차는 필요하다는 게 세미나의 요지였다.

특히 거래소가 상장된다면 각 기업들에게도 그 온도가 전달돼 상장 활성화에 도움을 주는 등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는 WFE의장의 언급도 일면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이처럼 세계 각국의 거래소가 이미 상장을 완료했거나 절차를 밟고 있다는 점에 비춰볼 때 한국거래소의 상장도 언젠가 이뤄질 세계적 흐름임에는 분명해보인다. 하지만 방만경영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한 거래소의 희망이 실현되기까지는 앞으로도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지 모른다.  

민간이든 공공기관이든, '소유자'가 누구냐에 따라 방만경영 여부가 결정되는 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주체는 결국 거래소 자신이다. 당장 올 연말 거래소가 공공기관 지정에서 탈출하더라도 또다시 방만경영 논란이 반복될 경우 족쇄는 다시 채워질 것이다. 자율성의 이면에는 항상 '책임'이라는 단어가 뒤따른다는 점을 잊지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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