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빈곤이 부른 사회적 불안
철학 빈곤이 부른 사회적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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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부가 하는 일들이 매양 두서없이 허둥대는 느낌이다. 정부가 그러면 국민들은 현정부를 지지하는 국민이든 반대하는 국민이든 불안해진다. 그러면서 서로 책임공방을 벌이겠지만 불행하게도 정책의 모든 결과는 현 정권에 그 책임이 귀결된다. 그리고 국민들은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각종 갈등에 시달리며 사회적 증오가 커져갈 위험성이 높다.

공무원연금개혁 논란, 무상급식 예산 갈등에 더해 독도 입도지원 계획 백지화를 위한 것으로 보이는 관계장관회의 문건이 불러일으키는 파장도 심상찮아 보인다. 퇴임을 앞둔 김종대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의 개인블로그에 올린 건보체계 개편 주장도 신문에 보도되면서 공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정부가 거기까지 시선 돌릴 여유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런 문제들이 한꺼번에 터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있을 수 있지만 일단 경기가 예상보다 지지부진함에 따라 지원해야 할 대상은 늘고 세수는 줄어드는 현실적 한계가 가장 클 것이다. 허나 그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정부의 복지에 대한 철학은 빈곤한데 대선 이슈로서 복지확대를 너무 크게 내세우다보니 그 뒷수습이 잘 안되는 게 아닌가 싶다.

공무원연금개혁, 고금리시대를 기준으로 책정된 연금을 저금리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면 그 당위성이야 인정 한다 쳐도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을 제대로 설득하지 못하면 그 과정에서 심각한 갈등을 야기하며 수많은 후유증을 낳을 공산이 크다.

공무원연금개혁 반대시위에 정부 예상을 뛰어넘는 인원이 결집한데 대해 뒤늦게 당혹감을 느낀 정부가 정홍원 국무총리 담화와 그에 발맞춘 고위공무원들의 서명 요청, 줄잇는 장차관급의 동의 서명 등은 공무원연금개혁에 반대하는 공무원 집단에 압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들도 일부 언론매체를 통해 나온다.

과연 그럴까. 서명에 앞장서는 고위직들의 연금액수와 대다수 공무원 퇴직자들의 연금액수가 그렇게 간단히 등치될 수 있다고 믿는 공무원들이 과연 얼마나 될지 미지수다. 전체 공무원 중 고위직까지 오를 수 있는 공무원의 숫자가 과연 얼마이겠는가. 대부분은 하위직에서 겨우 한두급 정도 오르다 그칠 텐데 그들의 연금액수는 또 얼마이겠는가. 연금액수를 전체 공무원 평균해서 얼마나 된다고 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최소한 이제까지는 퇴직 공무원들이 자녀들 다 독립시킨 상태에서라면 그런대로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준이었을 터다. 하지만 결혼연령은 늦어지고 자녀교육기간은 길어지는 사회적 추세 속에서 퇴직시 자녀 모두가 독립해 있으리라는 보장도 없어 노후 생활비 부담이 갈수록 커져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연금마저 줄어든다면 노후에 대한 불안감이 얼마나 커질지 정책입안자들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제대로 짚어봤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 입장에서도 그래도 그동안 상당히 청렴해졌던 공무원 사회가 그렇게 노후가 불안하게 느끼며 청렴도 면에서 후퇴할 것을 감안하면 정부의 밀어붙이기식 개혁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뭐니 뭐니 해도 공무원들은 정책의 일선 집행자들이고 그만큼의 권력이 따라가기에 유혹도 더 많은 직종이기도 하니까.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로 어수선한 속에 또 다시 복지철학 논쟁까지 재점화되는 듯하다. 보편적 복지냐, 선택적 복지냐는 논란인데 이미 지난 대선기간에도 충분히 쟁점은 됐지만 결론은 하나로 나기 어려운 사회적 선택의 문제일 성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논란의 시발점을 보면 사람 값 참으로 싼 나라답다고 해야 할지 참으로 아이들 보기가 민망하다. 아이들 급식을 거지 동냥 주듯 하자는 것인지 이 정부 들어 거푸 무상급식 논란을 일으키는 집권당의 행태에 한숨이 나온다.

대선 공약 실천 차원에서 보자면 마땅히 중앙정부가 책임질 일이지만 학교급식은 지자체로 떠넘겼고 지자체는 다시 교육청으로 떠넘기는 과정을 보며 우리 사회의 미래를 그렇게 거지 동냥자루 내돌리듯 해도 되는 일인가 싶어서다.

그렇게 빈곤한 철학이 독도 입도지원센터 건립 보류로 이어졌다고 본다. 정부가 내놓은 공식 이유는 안전관리, 환경, 문화재 경관 등의 문제라고 한다는 데 보도된 바에 따르면 ‘이슈화 되지 않도록 하라’‘내년도 예산에 국회가 다시 반영하지 않도록 대응하라’는 관계장관회의 후속조치 문건 내용이 꼭 일본정부 눈치보며 독도 갖다 바치기로 비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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