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카드-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 '벼랑끝 줄다리기'
KB카드-현대차, 복합할부 수수료 '벼랑끝 줄다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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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윤호기자] 카드 복합할부금융 가맹점 수수료 계약을 둘러싸고 현대자동차와 KB국민카드가 벼랑끝 줄다리기를 지속하고 있다. 양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당장 11월부터 KB국민카드를 이용한 현대차 구입이 불가능해진다. 또 현대차는 일방적 가맹 해지에 따른 감독당국의 제재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인하폭 수용 어렵다"…수수료 협상 '2라운드'

31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카드는 현대차에 가맹점 수수료율을 1.75% 이하로 낮추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23일 국민카드에 현재 1.85%인 가맹점 수수료율을 0.7%로 낮추지 않으면 가맹점 계약을 만료한다는 공문을 보낸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두 달 동안 카드 복합할부 수수료 관련해 재협상을 요청했지만, 국민카드는 검토해 본다는 입장만 되풀이하다 이런 협상안을 제시했다"며 "수수료율 인하 폭이 너무 낮아 수용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복합할부금융은 소비자가 업체에서 자동차를 살 때 카드로 대금을 결제하면, 다음날 결제액을 캐피탈사가 대신 갚아주고 고객이 캐피탈사에 매달 할부금을 내는 상품이다. 카드사들은 자동차업체로부터 받은 수수료 중 일부를 고객에게 캐시백과 마일리지 적립 등으로 돌려주고 나머지를 캐피탈사와 나눠 갖고 있다.

현대차는 그러나 카드 복합할부가 자금 공여 기간이 단 하루에 불과하고 대손 비용도 들지 않는 등 카드사의 원가가 일반 카드 거래보다 더 적게 드는데도 카드사들이 높은 수수료를 챙겨 자동차업계의 비용 부담을 증가시키고 있다고 주장한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카드 복합할부로 업계가 추가로 지출한 비용은 872억원에 달한다.

◇입장 차 '평행선'…업계 전반 악영향 우려

업계에서는 이번 현대차와 KB국민카드의 협상이 자칫하면 업계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복합할부 상품 시장은 약 4조원 규모로 현대카드가 1조9000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카드 1조3000억원, 신한카드 6000억원, 롯데카드 4000억원, KB국민카드 2000억원, 우리카드 1000억원이었다.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의 이같은 태도가 여전법 18조 4항 '대형 신용카드가맹점은 거래상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신용카드업자에게 부당하게 낮은 가맹점수수료율을 정하게 하는 행위'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법 체계는 하나의 가맹점과 계약을 맺고 진행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하나의 상품에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건 문제가 된다"며 "여전법 개정 취지를 무시하는 위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복합할부금융의 경우 여전법에 공시된 수수료 체계와는 다르다"며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여전법 개정안에 따르면 카드사는 가맹점과 계약해 수수료율을 공시해 영업하게 돼 있다. 즉, 현대차의 주장대로 각 개별상품에 따로 수수료율을 적용하는 것은 편의점에서 담배·아이스크림·과자 등에 각각 다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특히, 이번 현대차의 주장대로 상품별 수수료율을 정한다고 하면 타 업종의 대형가맹점들도 수수료율을 조정하자며 협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때문에 카드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주장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 금융당국 "단호히 대처"…중재 나설까

금융당국도 현대차가 가맹점 해지에 나설 경우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카드 소비자에게 불편함이 없도록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신제윤 위원장도 국감 자리에서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현대차의 가맹점 해지가 여전법 위반 사항에 해당하는지 묻는 자리에서 "법 위반이 맞다"고 답했다.

카드사들이 현대차와의 수수료 협상에 실패할 경우 당국에 이의를 제기해 법적 제재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통보해 추가 행정조치에 나설 개연성도 충분하다. 일부 낮은 수수료율을 받아들인 카드사 역시 최고 영업정지 3개월 혹은 5000만원을 물게 된다.

만약 현대차가 제재를 받는다면 2012년 여전법 개정 이후 제재받는 최초 대형가맹점이 될 수 있다.

한편, 이에 앞서 금감원은 복합금융상품 폐지 논란이 일자 지난 8월 "소비자 선택의 범위가 넓어지고 전체 캐피탈 산업에서 자동차 할부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을 고려했다"며 복합할부금융을 유지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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