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ICT업체의 지급결제시장진출 영향
[전문가기고] ICT업체의 지급결제시장진출 영향
  • 이효찬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
  • ecoviewer@woorifg.com
  • 승인 2014.10.23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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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찬 여신금융협회 조사연구센터장

최근 국내 대형 정보통신(ICT)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이 활발해 지고 있다.

메신저서비스 '카카오톡'을 제공하고 있는 카카오는 지난달 LG CNS와 함께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를 출범한데 이어 다음 달에는 자금이체서비스 '카카오뱅크월렛'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고 있는 네이버주식회사는 작년에 이미 간편결제서비스인 '네이버 체크아웃'을 출범하였고, 온라인 지급결제 및 송금서비스 업체인 '옐로페이'와 제휴하여 SNS서비스 '밴드'내 소액 송금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에 기반을 둔 이들 업체와 달리 모바일 기기 생산에 주력하고 있는 삼성전자도 경쟁업체인 애플이 최근 지급결제서비스 '애플페이'를 출시하자 모바일 지갑서비스 '삼성월렛'의 보급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신용카드 업계는 이와 같은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ICT업체와의 제휴를 확대하면서도 향후 지급결제시장의 판도 변화가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ICT업체의 지불결제업 진출은 보유 플랫폼을 활용하여 특정 사업분야에 집중되어 있는 수익구조를 다변화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되었다.

NHN과 카카오 모두 게임과 광고와 관련된 수익비중이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모바일 기기 분야와 달리 모바일 서비스 분야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올리지 못하고 있다.

ICT업체의 입장에서 볼 때 지급결제서비스는 기존 플랫폼을 활용해 추가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사업분야이다. 카카오톡은 국내 3700만, 전세계 1억50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네이버의 온라인 검색 점유율은 75%를 상회하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하는 등 이들 업체는 온라인 서비스와 모바일 기기 분야에서 대규모 사용자 플랫폼을 형성하고 있다.

ICT업체는 또한 지급결제서비스로 사용자 경험을 확대시켜 새로운 경쟁 플랫폼의 등장으로 인한 회원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다. 과거 싸이월드와 프리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방대한 회원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ICT업체라도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지 못할 경우 급속하게 몰락하게 된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ICT업체는 다양한 연계서비스를 보유 플랫폼과 접목시키기 위한 전략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급결제서비스는 여타 연계 서비스와 달리 수수료 수입을 확보하면서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사업분야이다.

그렇다면 ICT기업의 지급결제서비스 진출이 지급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카드업계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현재 ICT기업이 제공하는 지급결제서비스는 신용카드와 연계된 지급결제채널을 제공하고 상품 및 서비스 거래 시 발생한 수수료 수입을 카드사와 분배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신용카드를 대체하는 지급결제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는 아직까지 본격적으로 시행되지 않고 있으며, 국내 관련 규제를 고려할 때 단기간 내 기존 지급결제수단을 대체하는 서비스 제공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카드업계는 이러한 상황을 새로운 지급결제채널을 통해 카드결제를 확산시킬 수 있는 환경 변화로 인식하고 있다. 실제 국내 8개 카드사 중 6개사가 카카오페이에 참여하고 있고 네이버 체크아웃도 4개 카드사와 제휴하는 등 ICT업체와 협력하는 카드사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ICT업체의 지급결제시장 진출은 카드업계에 위협요인이 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아직까지 지급결제채널을 장악한 ICT업체가 나타나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소수 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될 경우, 협상력이 높아진 ICT업체는 카드사와 분배하는 수수료 체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또한 향후 금융업 진입 규제가 완화될 경우 방대한 가입자 기반을 확보하고 있는 ICT업체가 카드사가 제공하고 있는 금융서비스 분야를 잠식할 수도 있다.

ICT기업의 금융업 진입 장벽이 낮은 중국에서는 이미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가 자체적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액대출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간편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페이팔이 신용카드와 유사하게 구매 대금을 일정기간 이후에 결제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IT기술을 금융상품에 접목한 핀테크(Fintech)기업의 금융업 진출이 확대되고 있으며, 각국의 금융 당국은 금융소비자의 편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해 이들 기업에 대한 진입 규제를 완화하고 있다.

카드업계의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ICT업체와 제휴를 통한 수익창출 기회를 확보하는 동시에 중장기적으로는 관련 규제 완화에 대비해 가입회원의 사용자 경험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전략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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