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알뜰폰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들의 점유율이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계열사의 과점체제가 굳어져 가계통신비 인하 및 중소기업 활성화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1일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알뜰폰 전체 가입자 약 380만명 중 8개 대기업의 10개 계열사 가입자가 54.8%인 213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알뜰폰 점유율 1위는 CJ헬로비전으로 77만명, 2위 SK텔링크가 63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삼성 에스원의 경우 가입자 수를 밝히지 않았지만 미래부 자료분석 결과 적어도 30만명 이상의 가입자 규모를 유지, 3위에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태광계열사인 KCT가 16만명으로 4위, KT파워텔 5만9000명, KTIS 5만3000명 등 KT계열사들이 나란히 5~6위를 차지했다. 또 다른 KT계열사인 KT텔레캅은 2만5000명, 이마트(신세계)는 4만1000명, 7월부터 알뜰폰에 진출한 미디어로그(LG유플러스)는 2만5000명을 각각 기록했다. 

 

최 의원실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은 것은 올해 초부터다. 알뜰폰 사업이 개시된 2011년 말 10.8%로 시작해 1년만인 2012년 말 30.9%, 다시 1년 뒤인 지난해 말 49.7%를 기록하는 등 뚜렷한 확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 7월 진입한 이통3사 자회사의 가입자수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SK텔링크 6만1000명, KTIS 5만3000명, 미디어로그 2만4000명 등 이통3사 자회사는 두 달 동안 약 14만명을 모집, 같은 기간 알뜰폰 전체 순증 가입자의 35%를 차지했다. 이통사 자회사의 점유율도 16.4%에서 18.3%로 1.9%p 증가했다.

 

이에 따라 최 의원은 이통사 진출이 알뜰폰 시장을 왜곡시킬 것이란 우려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영업정지 기간 동안 평소의 두 배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유치함으로써 알뜰폰 시장을 대리 영업장으로 활용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는 것. 

 

실제로 LG유플러스가 영업정지 기간(8월27일~9월2일) 동안 8월 한 달 1일 평균 가입자 834명의 1.8배에 달하는 1482명을 모집했고, SK텔레콤역시 영업정지 기간(9월11일~17일) 동안 8월 1일 평균 가입자 1440명의 1.7배인 2420명을 모집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 의원은 "재벌계열사가 알뜰폰 시장을 지나치게 점유하게 되는 추세를 방치할 경우 사업자 간 경쟁이 둔화돼 가계통신비 절감과 중소기업 활성화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재벌계열사의 지나친 점유를 제한하고 중소알뜰폰업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방안을 적극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부는 이통사 알뜰폰 진출을 허용하면서 모기업의 유통망을 이용한 영업활동 금지 등의 등록조건을 부과했으나 현재까지 등록조건 위반 사항을 적발한 적은 없다"며 "이같은 행위를 방치할 경우 이통시장에 고착화된 5:3:2 구조가 알뜰폰 시장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