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토종은행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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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LG카드 인수작업이 진행되면서 우리금융지주의 한숨 소리가 커지고 있다. 떠난 버스 불러 세울 수도 없는데 억울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사실 우리금융이 LG카드 인수에 속내를 내비치기 시작한 건 이미 오래 전이다. 인수팀을 만든 지만도 1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자문사인 크레디트스위스퍼스트보스턴(CSFB)과 준비한 작업도 꽤 진척을 보여왔다.

특히 지난해 말부터 이슈로 대두한 황영기 회장의 토종은행론은 LG카드 인수의 희망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며 금융권 역할을 새롭게 정리하는 화두가 됐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정부에 이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하더니, 우리금융의 LG카드 인수 반대의견이 불거졌다. 공적 자금을 투입한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앞둔 시점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는 무리한 M&A에 참여하지는 말라는 것. 

LG카드의 주가가 너무 높아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으며, 이는 자칫 공적자금 회수가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매물로 나와야 할 우리금융이 비대해져 매물로서의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대주주인 정부 입장을 거역할 수 없는 우리금융의 한숨은 이 대목에서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공적 자금이라는 거부할 수 없는 숙명이 관치금융의 행태를 여실히 보여주며 우리금융의 경영비전을 송두리째 빼앗아갔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이 LG카드 인수에 참여하는 일이 주주가치를 생각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달갑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주주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하다. 때문에 대주주인 정부는 좀더 신중한 입장표명을 해야 했다. 특히 LG카드 인수를 통해 발전할 수 있는 우리금융의 비전을 자세히 살펴봤어야 했다.

은행 증권 보험 카드 등 금융산업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현재 각 사업의 시너지창출은 금융권의 최대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아마도 우리금융은 이런 맥락에서 국내 금융산업에서 한 획을 긋는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배팅을 준비했는지 모른다.

해마다 우리은행은 경영정상화 양해각서(MOU)를 두고 정부와 끊임없는 마찰을 빚어왔다. 정부는 공적 자금 회수를 위해 최소한의 단기적인 경영이익을 목표로 철저한 MOU이행을 지적했고, 우리금융은 보다 공격적인 영업을 위해 MOU 완화를 주장해 왔다. 

향후 금융산업에 우리금융이 어떤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그러나 정부는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무엇을 먼저 선행해야 하는지 유념해야 할 게 있다.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이미 지불한 공적자금에 대한 회수가 아니라 국내 금융산업이 발전해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적인 변화라는 것을….
 
김동희 기자 rha11@seoulf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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