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쩐의 전쟁 2막'…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임박
'쩐의 전쟁 2막'…서울의료원 부지 매각 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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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그룹, 매입설 솔솔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천문학적 금액으로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낙찰 받으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서울 삼성동 일대에 다시 한 번 '전(錢)의 전쟁'이 발발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시는 서울 삼성동 한전 부지 인근 서울의료원 부지를 연내 매각키로 하고 내달 감정평가를 실시한 뒤 최고가낙찰제 방식으로 매각공고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한전 부지의 경우 토지주인 한전이 감정가를 밝히고 매각을 진행한 뒤 낙찰자와 서울시가 만나 사업계획을 수립한다. 그러나 서울의료원 부지는 매각공고 전 시 도시계획국에 의해 지구단위계획이 결정된 후 감정평가를 진행해 감정가와 예정가를 공개해 매각을 진행하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해당 부지의 경우 100% 사유지라 한전 부지 매각 절차와는 다르게 진행된다"며 "지구단위계획 결정을 거쳐 감정가와 예정가를 공개한 뒤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즉 한전 부지가 '선 매각, 후 계획' 방식으로 진행됐다면 서울의료원 부지는 '선 계획, 후 매각'이라는 의미다.

이어 "모든 계획을 수립한 뒤 매각을 진행하더라도 10월 내로 충분히 모든 매각 절차 진행이 가능하다"며 "매각 후 사업자와 서울시 간 협상이 필요한 한전 부지 개발보다 전체적인 진행속도는 의료원 부지 개발이 빠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시는 해당 부지와 관련 가이드라인에 맞춰 현재 2종 일반주거지역(용적률 200%, 7층 이하)에서 준주거지역(용적률 400%, 80m 이하)으로 변경하는 안을 마련했다.

부동산개발업계 한 관계자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변경되면 건물을 최고 27층까지 지을 수 있어 투자가치는 더 높아진다"며 "게다가 한전 부지가 감정가(3조3346억원)의 약 3배인 10조5500억원에 낙찰되면서 이 일대 땅값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져 의료원 매각가 역시 감정가보다 상당히 높은 선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인근 J공인 관계자도 "지금 계획돼 있는 코엑스 인근 도로 지하화와 종합운동장과의 연계 개발 가능성으로 굉장히 가치가 있는 땅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부지는 2011년 서울의료원이 중랑구 신내동으로 옮기면서 비게 된 곳이다. 규모는 약 3만1657㎡로, 현대차그룹이 낙찰 받은 한전 부지(7만9342㎡)의 40% 수준이다. 현재 강남분원 형태로 장례식장과 함께 30병상가량이 남아있다. 하지만 매년 27억원의 보조금이 들어가고 있어 지속적으로 폐쇄 요구가 제기된 곳이다.

위치는 한전 부지 바로 뒤편으로, 한전 부지에 비해 수도권지하철 2호선 삼성역과 코엑스 대로변에서는 떨어져 있지만 시가 지난 4월 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옛 한국감정원~잠실종합운동장 일대 72만㎡를 국제교류복합지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어 이와 연계해 추진할 경우 국제교류업무 중심지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메리트를 지니고 있다.

특히 해당 계획 가운데 삼성그룹이 보유한 한국감정원 부지도 포함돼 있어 삼성 측이 의료원 부지를 매입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삼성이 사들인 감정원 부지를 합칠 경우 현대차가 인수한 한전 부지의 50%에 해당하는 부지를 보유하게 돼 그룹 차원의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조만간 매물로 나오는 잠실종합운동장 부지를 삼성이 얻는다면 삼성동에 대규모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삼성동 플랜'이 재가동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앞서 2012년 삼성생명은 한국감정원 부지(1만988㎡)를 2328억원(3.3㎡당 7003만원)에 매입한 바 있다.

삼성 측 관계자는 "한전 부지 입찰 때와 마찬가지로 입장을 밝히기가 대단히 조심스럽다"면서도 입찰 참여 가능성에 대해 부인하지 않았다. 삼성은 한전 부지 입찰 과정에서도 마감 당일까지 공식적인 의사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가 막판에 삼성전자가 입찰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현대차 입장에서도 한전 부지의 원활한 개발을 위해 향후 이 땅의 필요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관심을 두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이미 거금을 투입한 상황에서 또 다시 거액이 들어가는 입찰에 참여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 측도 의료원 부지 매입에 대해 전혀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 관계자는 "우리는 이미 실수요측면에서 사옥 마련을 위해 한전 부지를 확보했다"며 "다른 부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서울의료원 부지의 추가 매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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