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重, 1조 적자 충격 두달…新 경영진으로 재도약 모색
현대重, 1조 적자 충격 두달…新 경영진으로 재도약 모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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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현대중공업이 지난 2분기 1조원을 넘는 사상 최대의 적자를 발표한 이후 경영 위기 타개를 위한 경영진 인사를 잇달아 단행했다. 지난달 임명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신임 사장 모두 현대중공업 출신 인사로 대내외 신임이 두터운 만큼 현대중공업이 당면한 수주 부진과 실적 악화, 노사 갈등의 3중고를 타개해나갈 수 있을지 업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15일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전(前)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였던 최길선 사장을 조선·해양·플랜트 부문 회장으로 선임한 현대중공업은 이날부로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을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에 임명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 총괄 회장직을 맡아오던 이재성 회장은 상담역으로 최종 경질됐다.

▲ 최길선 현대중공업 조선해양플랜트부문 총괄회장과 권오갑 그룹기획실장 겸 현대중공업 사장. (사진=현대중공업)

◇최길선 선임 이후 한달…깊어진 경영 고민

현대중공업은 지속적인 업황 악화 속에서도 지난해 이재성 사장을 회장으로 승진시키며 이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를 보인 바 있다. 지난해는 현대중공업이 2005년 이후 굳건히 자리를 지켜오던 영업이익 1조클럽에서 탈락한 해이기도 하다.

그러다 올 2분기 1조1037억원 적자라는 사상 최악의 영업실적을 기록하면서 현대중공업은 실적발표 2주만에 최길선 전 사장을 회장으로 임명하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3년간 공석이었던 회장직에 2명을 앉히는 이례적인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최 회장은 현대중공업 조선3사의 대표를 번갈아 역임하며, 회사 성장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되는 조선 분야 전문가다. 특히 최 회장은 이재성 대표이사 회장의 입사 3년 선배로, 이 회장이 부사장으로 재직하던 2009년 대표이사 사장직을 맡은 바 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 회장은 그룹 전반의 경영과 재무, 최 회장은 조선해양플랜트 사업부문을 맡는 정도의 인사로 그쳤지만, 이 회장이 지난 5월부터 진행해온 노사 임단협 협상이 이달초 '19년만에 파업'이라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되면서 추가적인 인사를 단행, 이 회장이 최종 경질됐다.

◇신임 권오갑 사장, 현대오일 흑자 선방의 주역

15일 신규 선임된 권오갑 사장은 지난 1978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홍보와 영업, 구매, 경영지원 업무를 맡아왔다.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에 이어 실업축구연맹 회장과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등을 맡은 축구행정가로 현대중공업의 최대주주인 정몽준 회장의 신뢰를 받는 인물로도 꼽힌다.

권 사장은 현대오일뱅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2010년부터 올해까지 18%대에 머물렀던 내수시장 점유율을 22%까지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정부가 추진한 알뜰주유소 사업에 지난 2012년부터 3년 연속 공급권을 따내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올해 정유업황 악화의 여파로 정유사들이 일제히 수백~수천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는 가운데서도 유일하게 수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성과도 거뒀다. 지난해에는 그룹 전체 이익의 41%를 담당하며 그룹 내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이 해낸 바 있다.

이와 관련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권오갑 사장의 재임기간 동안 내수시장 점유율이 크게 높아졌다"며 "권 사장은 윤활기유와 JPTX, 오일터미널, 롯데케미칼과의 MX 합작 사업 등 다양한 사업 다각화도 추진한 장본인"이라고 설명했다.

◇구원투수 나선 최길선-권오갑, 해결 과제는?

경영 전면에 나설 권오갑 사장이 가장 먼저 풀어야할 과제는 쟁의투쟁을 선언한 노동조합과의 임금 협상이다. 현대중공업 노사는 지난 5월부터 임단협을 진행해왔지만 지난 11일 열린 36차 단체교섭에서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3일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로 쟁의조정 기간을 마치는 15일까지 상호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합법적인 파업 투쟁이 가능하게 된다. 특히 노사가 제시하는 임금 인상안의 차이가 4배에 달하는 등 격차가 커 노조 측의 반발이 심해 협상 진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조선·해양·플랜트 부문을 맡은 최길선 회장은 기수주된 물량의 생산차질과 손실 발생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2분기 5000억원에 달하는 손실충당금 확보에도 불구하고 2012~2013년 전후로 수주한 저수익성 프로젝트의 매출 반영과 공정지연이 장기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 기준 수주 달성율이 66%에 그친 가운데 향후 수주 전망이 밝지 않은 점도 난제다. 이와 관련 이지훈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많이 발생했던 상선 발주는 올해들어 주춤하고 있고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지연과 더불어 선가도 최근 두달동안 하락해 조선 수주 전망이 밝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형 해양 프로젝트도 많이 지연되고 있고 생산설비는 저수익성 프로젝트가 많아 예전처럼 공격적인 수주를 하기 힘들다"며 "셰일가스 발 유가 불안에 따른 시추설비 수요도 적어 해양 부문의 4분기 수주도 큰 폭으로 향상되기는 어렵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사장단 인사의 단행으로 최길선 회장과 권오갑 사장 등 새로운 경영진을 맞게 됐다"며 "신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그룹사 경영을 쇄신하고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도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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