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카드사,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놓고 '대립각'
현대차-카드사,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놓고 '대립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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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득하기 어려운 수준" vs "우월적 지위 남용" 

[서울파이낸스 나민수기자] 자동차 복합할부금융을 둘러싸고 현대자동차와 카드사 간 수수료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이 복합할부금융을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하면서 자동차 제조사와 카드사간 가맹수수료 신경전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지난달 말 카드사들에 복합할부금융에 한해 수수료율을 내려달라고 요청했으며 추석 전까지 카드사들의 의견을 들은 뒤 추석 이후부터 개별 카드사들과 본격적으로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는 "현재의 자동차복합할부는 단 하루 동안만 자금조달을 하면 되는데도 수수료율 1.9%를 수취하는 상품"이라며 "상품 관리 비용 등을 고려하더라도 이런 높은 수수료율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복합할부금융 상품의 가맹점수수료율을 내려야 한다면 현행 수수료율과 체크카드 수수료율의 중간 수준인 1.5~1.9%가 적당하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가 카드·캐피털사에 요구했던 가맹점수수료율 0.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복합할부금융은 자동차를 사는 고객이 할부금융사의 할부를 이용하는 과정에 카드사가 개입된 구조의 상품이다. 소비자가 차를 살 때 신용카드로 자동차 대금을 결제하면, 자동차사는 이틀 뒤 카드사로부터 대금을 지급받고, 카드사는 할부금융사로부터 결제 3일 후 전액을 받게 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사는 카드사에 가맹점 수수료 1.9%를 주고, 카드사는 이 가운데 약 1.5%를 캐피털사에 제휴 수수료 명목으로 넘긴다. 캐피털사는 이 재원을 통해 고객에게 금리인하나 캐시백 혜택을 제공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카드사는 단 하루 동안만 자금 조달 비용이 들어갈뿐더러 우량 할부금융사들로부터 대금을 바로 지급받기 때문에 대손비용도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런데도 고객이 차량대금 2000만원을 카드로 결제할 경우 자금조달비용과 대손비용 등의 명목으로 수수료 38만원을 지급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계산"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카드사들은 현대차가 대형 가맹점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부당하게 낮은 수수료율을 요구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0.7%의 수수료율은 원가 이하 수준이며, 영세 가맹점의 수수료보다 낮은 요구조건이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에 어긋난다고 맞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요구한 수수료율은 원가 이하 수준이며 별도 계약을 요구한 것도 금융당국의 정책과 배치된다"며 "소비자들의 권익은 뒷전이고 수익에만 연연해하는 대기업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편, 복합할부금융은 2009년 롯데카드와 아주캐피탈이 제휴해 복합할부상품을 처음 출시한 이후 현재 6개 카드사와 7개 캐피탈사(KB·JB우리·아주·BS·하나·메리츠·KDB)가 제휴해 복합할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조5000억원이 넘는 시장 규모에 이용자가 15만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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