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차협력금제 결국 연기…환경부 비난 '봇물'
저탄소차협력금제 결국 연기…환경부 비난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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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송윤주기자]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저탄소차협력금제를 두고 최근 정부가 시행 시기를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환경 규제 당국인 환경부로 비난의 화살이 쏠리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산업통상부, 환경부는 지난 14일 비공개 장관회의를 통해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예정대로 2015년부터 시행하는 한편, 저탄소차협력금제는 4~5년 연기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저탄소차협력금제도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 부과한 부담금을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차량 구매자에게 보조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로, 저탄소차 구매자를 늘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하지만 제도 도입시기부터 실효성 논란과 업계의 반발에 휩싸여 환경부는 시행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시행령조차 만들지 못한 상황이다.

◇ 프랑스 '보너스-멜러스' 제도, 효과 미미…자국 업체 타격도
당초 환경부는 지난 2008년 프랑스에서 시행된 보너스-멜러스 사례를 바탕으로 이 제도를 논의해 왔다. 보너스-멜러스 제도는 이산화탄소를 일정량 이하로 배출하는 차량을 구입할 경우 최대 5000유로(약 770만원)를 보너스로 지급하고, 그 이상을 배출하는 차량은 최대 2600유로(약 404만원)를 부담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프랑스의 경우 제도 시행 초기에는 어느 정도 목적을 달성하는가 싶었지만 그 효과는 오래가지 못했다. 제도 첫해인 2008년 프랑스의 경ㆍ소형차 판매 비중은 36.4%를 기록한 데 이어 이듬해인 2009년에는 42.3%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제도 시행된 지 3년째부터 경ㆍ소형차 판매가 다시 줄기 시작해 2010년에는 41.2%, 2011년에는 35.3%, 2012년에는 33.6%를 기록하는 등 제도 도입 이전으로 다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보너스-멜러스 제도가 프랑스업체가 경쟁력을 떨어지게 했다는 지적도 있다. 제도가 시행된 후 프랑스 업체의 내수 점유율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2009년 프랑스의 자국 시장 점유율은 54.5% 차지했으나 2012년 48.2%까지 내려갔다. 같은 기간 독일산 차량은 프랑스 시장에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 딜레마 빠진 '저탄소차협력금제'…프랑스 사례 재현 우려
국내에서도 수차례 저탄소차협력금제도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대두됐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이번 제도를 통한 감축량은 54만 8000톤에 불과해 목표 감축량인 160만톤에 크게 못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환경부와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등은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제도를 점차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보조금과 부과금의 상한액을 높이면 탄소 감축 목표랑에 가까워질 수 는 있어도 재정적으로 적자구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프랑스 사례와 같이 수입차 구매를 부추겨 국산차 경쟁력이 악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6월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차량 400여종을 대상으로 저탄소차협력금제도로 인한 가격 변동을 조사한 결과 수입차에 비해 국산차의 상대가격인상폭을 확대시킨다고 밝혔다.

▲ 저탄소차협력금제도를 통해 보조금, 부과금에 따른 국산차, 외산차 가격변화 (자료=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에쿠스 5.0, 체어맨 2.8 등을 구매하면 400만원의 추가부과금이 부과된다. 제네시스 3.8, 에쿠스 3.8, K9 3.8 등은 300만원을, 제네시스 3.3, 모바히 3.0 디젤, K9 3.3, SM7 3.5는 225만원을 추가로 더 내야 한다.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국산차는 프라이드 1.4디젤, QM3 1.5 디젤 등으로 2015년, 2016년 50만원의 보조금 혜택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저탄소차 구간 조정이 완료되는 2017년에는 국산차 중 단 한 차종도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배출가스 저감 기술이 뛰어난 유럽산 차량은 이 제도로 상대가격 인하폭이 최대 9%, 금액으로는 최대 약 660만원에 달할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저탄소차협력금제가 시행으로 독일산 디젤차들에 밀려 국산차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수입차의 안방 시장 공략에 계속되는 상황에서 저탄소차협력금제의 부과금으로 국산차 차량 가격이 올라가면 가격경쟁력마저 잃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제도 시행 시 국내 연간 수요 중 약 11만대의 국산차에서 수입차 시장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했다.

◇ 소비자에 세금 전가…"환경 규제 재검토해야"
환경부가 차량에 직접적으로 세금을 물려 국내 소비자에게 부담을 늘린다는 불만도 적지않다. 환경부는 저탄소차협력금제도가 세금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 제도로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국산차 대부분의 차량 가격이 올라가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는 세금으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한국의 자동차 세제는 자동차 주요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많은 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일본의 자동차 세제는 7개, 미국, 독일, 영국은 4개에 불과하지만 한국은 11개나 된다. 자동차의 취득, 보유, 이용 전반에 걸쳐 복잡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그 중 7개는 중복된 부분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자동차 세금은 종류가 많고 세율도 높아 개별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 부담이 외국의 경우에 비해서 과중한 편"이라며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대한 국제 기준을 맞추려면 국내 자동차 시장의 변화와 업계 기술력 향상이 필요하지만 이를 곧바로 소비자에 전가시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결국 저탄소차협력금제 시행이 계속 미뤄지면서 환경부가 잘못된 환경규제를 고집하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는 1급 발암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많이 배출한다는 이유로 디젤차에 대한 규제가 확대되는데도 환경부에서는 가솔린 차량보다 2배 가량 느슨한 규제를 하고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하이브리드 차나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차량이 늘어나야 한다"며 "환경 규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관련 당국인 환경부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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