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공능력평가순위' 들여다보니
'2014년 시공능력평가순위' 들여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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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삼성물산의 업계 1위 탈환 여부, 통합 현대엔지니어링의 'TOP 10' 진입 여부 그리고 대형사들의 부진과 중견주택업체들의 선전 등 기대와 우려가 섞여 업계 이목을 끌었던 '2014년 시공능력평가순위"가 최근 발표됐다.

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가 매년 7월 발표하는 건설업체 시공능력평가제도는 발주자가 적정한 건설업체를 선정할 수 있도록 건설공사실적과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 것이다. 평가는 공사실적평가액과 경영평가액, 기술능력평가액, 신기술 지정 등의 신인도 평가액 요소가 감안된다.

이는 조달청의 등급별 유자격자명부제도, 중소업체 보호를 위한 도급하한제의 근거 등으로 활용되며 순위가 높으면 정부와 공공기관이 발주하는 대규모 공사에 입찰할 수 있는데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형 공사를 수주할 경우에는 주관사가 될 수도 있어 대형건설사간 순위 다툼이 치열하다.

이에 본지는 최근 10년간(2004~2014년) 시공능력평가액(시평액) 부분별로 나눠 올해 순위를 분석해봤다.

◇ 10조원 이상: 마침내 그리고 굳건히
지난 2005년 이후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에 밀려 8년 동안 '2인자'에 머물렀던 삼성물산이 마침내 업계 1위 자리를 탈환했다. '시평액 업계 최초 달성' 타이틀을 세 차례(10조~12조)나 현대건설에 내줬으나 올 들어 마침내 업계 최초 13조원을 달성하면서 업계 수위 탈환의 기쁨을 더했다.

업계에서는 대규모 해외 토목·건축사업 수행에 따른 매출 증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현재 호주 로이힐 광산개발, 중국 서안반도체 공장, 사우디아라비아 쿠라야 발전소 건립 등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꾸준히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왔던 노력이 성과로 이어지면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앞으로도 고객 신뢰를 바탕으로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라고 말했다.

현대건설도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시평액은 전년대비 5000억원 이상 늘었다. 특히 발전시설인 플랜트 등을 포함한 산업환경설비공사업 시평액이 10조4852억원으로 사상 첫 1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특히 'BIG 3'를 형성할 수 있었던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이 최근 경영난으로 외형 성장이 주춤한 사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업계 '투톱' 체계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2012년과 2013년 9조원 이상을 기록하면서 과거의 영광을 회복, 'BIG 3'에 진입하려던 대우건설은 올해 7조원에 그쳤으며 지난해 처음으로 '9조원 클럽'에 들어선 대림산업 역시 8조원대로 하락하면서 'BIG 3'에 진입할 기회를 놓쳤다.

그 사이 포스코건설이 자체 최고 순위인 3위로 올라섰으나 2위와의 시평액 차이가 최근 5년 새 최대치(3조5644억원, 5년 평균 1조8600억원)로 벌어지면서 당분간 업계 '투톱'의 아성은 무너지기 힘들어 보인다.

◇ 5조원 이상: 영업적자로 동반 부진
2005년 삼성물산, 대우건설, 현대건설이 차례로 5조원 이상의 시평액을 기록한 이래 꾸준히 5~8개 업체 정도가 5조원 이상을 달성해 왔다. 2011년부터 10조원 이상을 기록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외에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포스코건설이 한 자리씩 차지한 가운데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등락을 거듭했다.

문제는 최근 5년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던 '5조원 클럽'이 올 들어 3년 전 수준으로 돌아섰다는 것이다. 시평액 5조원 이상 업체들의 평균값이 2010년 7조221억원, 2011년 7조6791억원, 2012년 7조8664억원, 2013년 8조2032억원으로 상승곡선을 그리다가 올 들어 7억8167억원으로 하락 전환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평액 5조원 이상의 업체들이 부실 해외사업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고 대규모 영업손실로 이어진 것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라며 "건설업체의 경영개선노력에도 불구하고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데다 공공공사 실적이 줄고 해외공사의 채산성 하락으로 수익성이 나빠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3조원 이상: 현대ENG, 첫 TOP 10 진입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TOP 10'에 진입한 한화건설이 한 계단 오르면서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약 8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비스미야 신도시 건설사업 관련 기성액이 실적평가액에 반영되기 시작한 것이 순위 상승의 가장 큰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올 시평순위 발표에서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던 현대엔지니어링이 단숨에 10위권에 올랐다. 지난 4월 현대엠코(지난해 13위, 시평액 2조4874억원)와 통합한 현대ENG는 지난해 54위(시평액 4947억원)에서 44계단 상승했다.

현대ENG 관계자는 "합병으로 회사 규모가 커지고 재무상태가 우량해지면서 국내외 수주 경쟁력이 강화된 것이 업계 'TOP 10' 진입의 발판이 됐다"며 "국내를 넘어 '글로벌 TOP 10' 엔지니어링업체로 거듭날 수 있도록 회사의 모든 역량을 집중, 합병 시너지를 극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롯데건설은 최근 10년간 7위와 8위를 5번씩 차지했으며 SK건설은 2006년 이후 10위권 밖으로 떨어진 적 없이 꾸준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2조원 이상: 주택사업 탓? 덕분에?
시평액 2조원 이상 그룹에서는 주택사업이 양날의 검으로 다가왔다. 대형 건설사들이 해외시장에 눈을 돌린 사이 국내 주택시장에 주력, 철저한 시장분석과 차별화된 상품설계 등으로 순위가 급상승한 호반건설이 있는가 하면, 다른 대형사와는 달리 해외공사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토건사업에만 매달리다가 10년 만에 적자전환한 현대산업개발도 있다.

주택사업을 주력으로 영위하고 있는 호반건설은 2005년만 해도 100위권 밖이었지만 금융위기 이후인 2010년 62위→49위→32위→24위로 매년 순위를 높였고 올해엔 15위까지 올라섰다. 게다가 실적을 산출하는 매출기준이 3년간 평균인만큼 호반건설은 내년에도 도급순위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호반건설은 지난해에만 4200가구를 분양하는 등 최근 5년 동안 2만7000여가구를 공급했다. 특히 세종시에서만 2817가구를 짓는 등 공공기관 이전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그 결과 2007년 1866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이 지난해 9301억원으로 대폭 확대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219억원에서 1962억원으로 증가했다.

반면 현대산업개발은 2004년 4위에서 시작해 2005년 6위, 2007년 7위, 2010년 8위, 지난해 9위로 꾸준히 하향곡선을 그리다가 마침내 올해 13위로 하락했다.

주택사업을 강점으로 꾸준히 10위권 내 이름을 올렸지만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만큼 주택경기 침체에 따른 타격이 다른 업체보다 커 10위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분양실적도 좋지 않아 지난해 적자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시평액도 전년대비 1조원 이상 감소했다.

한편 두산건설은 그룹 지원으로 순위를 다시 끌어올린 케이스다. 두산건설은 경영실적 악화로 2012년 12위, 지난해 14위로 순위가 하락했지만 지난해 감자와 40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배열회수보일러(HRSG) 사업 인수로 힘을 받아 11위로 순위가 올랐다.

◇ 1조원 이상: 구조조정+실적악화…전반적 순위하락
얼핏 등락이 많은 그룹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난해 경영실적이 악화됐거나 기업 구조조정 중인 건설사들의 순위 하락에 따른 착시효과일 뿐이다.

우선 '군살빼기'를 통해 재기를 노리던 업체들이 대부분 주춤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이나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진행 중인 쌍용건설(16→19위), 금호산업(18→20위), 경남기업(21→26위) 등의 순위가 모두 떨어졌다.

쌍용건설은 최근 10년간 가장 낮은 순위에 올랐으며 경남기업 역시 2004년(30위) 이후 자체 최하위를 기록했다. 2005년 9위까지 올랐던 금호산업은 2009~2010년 12위를 기록한 이래 2011년 13위, 2012년 16위, 2013년 18위에 이어 올해는 20위까지 떨어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들 업체의 순위 하락은 경영상태보다는 신규 수주가 막히면서 실적이 악화된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 꾸준히 상승하면서 'TOP 10' 진입을 목전에 뒀던 삼성엔지니어링은 올해 29위로 18계단 추락했다. 지난해 상장 건설사 가운데 유일하게 1조원이 넘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31위(2010년)에서 21위(2011년)로, 15위(2012년)에서 11위(2013년)로, 급상승한 이력을 무색케 만들었다. 전년대비 순위 하락 폭도 시평순위 50위권 내에서 가장 크다.

한편 이번 시평 대상은 총 5만3702개사로 △종합건설업 1만82개사 △전문건설업 3만3457개사 △기계설비고사업 5496개사 △시설물유지관리업 4667개사 등이다.

주요 공종별 공사실적은 △도로·교량 현대건설 △댐 삼성물산 △항만 현대건설 △철도·지하철 삼성물산 △상·하수도 포스코건설 순이었으며 건축업종 중에서는 △주거용건물 대우건설 △광·공업용건물 포스코건설 등의 순으로 높은 실적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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