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구매" 요청에 이통사 모르쇠…팬택, 다시 위기감
"단말기 구매" 요청에 이통사 모르쇠…팬택, 다시 위기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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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팬택
"법정관리行 불가피"…채권단도 '수수방관'
 
[서울파이낸스 이철기자] 향후 2년간 채무유예 결정으로 회생 가능성을 연 팬택과 협력사들이 연이틀 이통3사에 단말기 구매를 호소하고 있다. 당장 단말기 매출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법정관리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는 5일 성명을 내고 "현재 550개의 팬택 협력업체들은 금융권으로부터 카드정지, 가압류, 이자 및 원금회수 독촉을 심하게 받고 있다"며 "이날까지 통신3사가 팬택의 단말기를 구매해주지 않으면 팬택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협력업체들은 줄도산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진표 팬택 협력업체 협의회장은 "현재 팬택이 4개월치의 어음을 발행해 협력업체에게 돌아와야 할 금액이 크게는 업체당 수십억원에 달한다"며 "설령 삼성전자 등 우량기업과 거래하는 비중이 60~70%가 넘어가는 협력업체라 하더라도, 팬택의 매출 비중이 30%가 넘어가는 기업은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팬택도 전날인 4일 '이통사 구매 거부에 대한 팬택의 호소문'에서 "즉각 제품 구매와 대금 결제를 마무리하고 지속적으로 최소 수량을 구매해줄 것을 요구한다"며 "이통사 결단이 없는 한 팬택은 어쩔 수 없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어 "이미 포화상태에 진입한 국내 스마트폰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이통사에서 제기한 추가적인 재고 감축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일정 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재고를 축소하는 대신, 2개월 동안 단 한대의 제품도 구매하지 않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면 어떤 우량기업이라도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앞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는 1531억원 규모의 팬택 상거래 채권의 상환을 2년간 무이자 조건으로 유예하기로 했다. 출자전환으로 팬택 지분을 보유하는 것보다 부담이 덜한 방안을 택한 것. 이후 채권단은 팬택 워크아웃을 지속하기로 결의했다.
 
팬택은 이에 더해 매달 15만대씩 단말기 구매를 요청하며, 흑자전환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통3사는 이미 재고량이 많아 추가 구매가 어렵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재 이통3사의 팬택 단말기 재고는 약 50만대 수준으로 파악된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3사는 지난 3월 순차적 영업정지 기간에도 지속적인 물량을 구매해 재고 물량이 본사 뿐 아니라 유통망에도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단말기 구매는 고객 수요가 전제돼야 하는데 시장을 왜곡시키면서까지 팬택에 재무적 지원을 위해 구매를 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처럼 팬택과 이통3사의 입장이 서로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팬택 회생의 키를 쥐고 있는 채권단은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당초 이통사 추가 지원(단말기 구매)이 없으면 워크아웃이 진행되더라도 팬택 회생이 어려울 것이라는 입장이었다"며 "일단은 이통사 제안대로 워크아웃은 다시 개시했지만 딱히 (손 쓸수 있는)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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