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계, 대기업 사내유보금·고액연봉 놓고 '충돌'
정-재계, 대기업 사내유보금·고액연봉 놓고 '충돌'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부·야당 "기업 투자해야"…재계 "급한 정책 되레 위험"

[서울파이낸스 윤동기자] 서민경제는 계속 침체돼 있는데 반해, 수년째 막대한 이익을 벌어들이면서도 기업 유보금만 쌓고 있는 국내 대기업들에 대해 정부와 정치권이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재계에서도 과도한 기업 탄압이라고 반격을 준비하고 있어 갈등이 길어질 조짐이다.

◇사내유보금 과세안 놓고 '입장차'

18일 금융권 및 금융당국에 따르면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문제를 놓고 정부 및 정치권과 재계의 공방이 치열하다.

이는 지난 16일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취임 일성에서 비롯됐다. 당시 최 부총리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가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며 "기업의 소득이 가계로 흘러갈 수 있도록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야당은 부총리의 언급처럼 적정 이상의 사내유보금은 문제가 있다며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지난해 11월 자기자본 30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이 적정 이상 사내유보금을 쌓을 경우 이에 과세를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야당에서는 과세를 해야 한다는 방향이었던 것. 새정치민주연합 등은 어디까지가 적정 수준인가에 대해서 더 논의한 뒤 법안 통과를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재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 17일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반대 건의를 정부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이미 법인세로 세금을 낸 사내유보금에 다시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중과세라는 것. 또 기업의 재무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투자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경련 산하의 한국경제연구원도 같은 날 보고서를 통해 "사내유보금은 기업이 보유한 현금이 아니라 대부분 공장과 토지 등 이미 투자된 비현금성 자산"이라며 "사내유보금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밖에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금융권과 당국은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이 법안의 통과를 놓고 논란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등기임원 연봉공개…2회전 준비 중

올해 1월부터 시행된 '등기임원 개별 보수공개'를 둘러싸고도 정부·정치권과 재계가 2회전을 준비하고 있다.

등기임원 개별 보수공개는 분반기·사업보고서에서 연봉 5억원 이상 받는 등기임원의 개별 연봉 내역을 공개토록 한 것. 그 전까지는 등기임원이 받는 보수총액과 1인당 평균보수만 공개하면 됐다. 이 경우 CEO 등 고액 연봉자와 저액연봉자가 평균을 내다보니 자연히 수준이 낮아지는 '평균의 함정'이 존재했는데 이제는 모두 밝혀지게 된 것이다.

이에 재계는 분반기 보고서에도 등기임원 개별연봉 공개는 과하다며 반격에 나섰다. 상장협 및 재계는 3개월마다 임원의 연봉을 공개토록 해 필요 없는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사업보고서에서만 공개토록 법이 변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상장협은 지난 5월 법제처에 등기임원 개별보수 공개에 대한 유권해석을 의뢰했다. 이 유권해석은 이르면 이달 말 나올 수 있다. 상장협 관계자는 "비슷한 규정이 있는 외국도 1년에 한 번만 공개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개별연봉 공개에서 등기임원 뿐 아니라 미등기임원도 포함시켜야 한다며 오히려 제도의 강화를 주문하고 있다.

현재 등기임원에 대한 보수만 공개되기 때문에 회장이나 고문 등 미등기임원으로 남아있는 기업의 실제 주인들이 얼마나 연봉을 받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말 등기임원으로 남아있던 상장서의 오너들이 대거 미등기임원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런 꼼수를 막겠다는 것.

현재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은 지난 4월 개별보수 공개대상에 기업의 모든 임원을 포함시키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그야말로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연봉이 얼마인지 확인할 수 있게 된다.

금융위도 등기임원 보수 개별공개를 추진하면서 앞으로 미공개임원까지 넓힐 것이라고 밝히는 등 당장은 추진하고 있지는 않지만 이에 긍정적인 입장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