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동제약·동국제강, 세금감면·경영권 강화에 공익재단 악용
광동제약·동국제강, 세금감면·경영권 강화에 공익재단 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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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비스탁 "주주 자금이 기부금 명목으로 투입"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일부 중견기업들이 공익 재단을 상속세 감면이나 경영권 강화에 악용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동국제강의 상속인들이 출연한 세연문화재단과 광동제약의 가산문화재단이 대표적이다.

7일 기업지배구조 컨설팅업체 네비스탁에 따르면 장경호 동국제강 창업주의 4남인 故 장상철 전 사장의 후손들이 지난 1991년 설립한 세연문화재단은 지난 2009년 세연아이엠의 부산주공 경영권 취득에 자금을 지원했다.

세연아이엠은 故 장상철 사장 장남 장세훈씨와 그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소유한 철강 및 고철 도소매업체로 지난 2009년 2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설립됐다.

이후 한달만인 2009년 3월 세연아이엠과 세연문화재단은 각각 67억원, 43억원 등 모두 110억원의 자금으로 부산주공 주식 약 183만주를 장외매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올랐다.

당시 세연아이엠은 공시에서 자기 자금으로 부산주공의 지분을 취득했다고 밝혔지만, 2009년 세연아이엠이 세연문화재단에서 70억원을 장기차입금을 끌어다 쓴 점을 감안하면 약 110억원이 재단으로부터 나온 셈이다.

세연아이엠은 설립 이듬해인 2010년부터 6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실제 이익규모는 1~2억원에 불과했다. 설립과 동시에 자본잠식에 빠진 세연아이엠은 부산주공과의 거래를 통해 매출 일부를 의지하고 2013년 60억원의 자금을 대여받기도 했다.

특히 최근 세연아이엠이 용도가 불분명한 비용 지출로 인해 최근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부산주공의 자금 회수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여기에 부산주공이 세연아이엠에 대한 지원 행보를 이어간다면 동반 부실 사태를 촉발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네비스탁에 따르면 지난 7월 최수부 전 광동제약 회장의 별세로 지분 4.35%를 증여받은 가산문화재단의 경우, 광동제약의 현 오너 일가의 경영권 강화를 지원한 정황도 포착됐다.

가산문화재단의 자산총액은 지난 2008년 약11억원에서 지난해 45억원으로 급증했으나, 같은 기간 지출한 장학금 지급 등의 사업비용은 자산대비 0.9~1.8%로 미미한 수준이었다.

지난해 대웅제약의 대웅재단이 자산대비 15%, 유한양행의 유한재단이 9.4%의 사업비를 지출한 것과 대비된다. 가산문화재단은 광동제약 등으로부터 꾸준히 기부금을 출연받고 이자와 배당수익으로만 매년 1억원의 수입을 확보하고 있다.

또 가산문화재단은 광동제약으로부터 2009년과 2010년, 지난해 3차례에 걸쳐 총 27억원의 기부금 등 총 30억원의 자금을 출연받았다. 지난해 기준 가산문화재단의 총 자산 45억원 중 3분의 2가 광동제약으로부터 조성된 셈이다.

네비스탁 관계자는 "가산문화재단이 최수부 회장의 광동제약 주식 상당 부분을 증여받은 것은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라며 "주주 전체에게 분배돼야 할 상당한 자금이 기부금의 가면을 쓰고 가산문화재단에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행태는 가산문화재단이 공익법인으로서 상속·증여세 감면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선친의 뜻을 올바르게 되살리기 위해서는 본래의 정신과 목적을 충실히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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