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방과 중심 인식하기
변방과 중심 인식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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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 지정 없이 많은 좌석이 마련된 행사장에 가보면 갓 자리부터 앉기 시작해 맨 나중에야 가운데 자리가 차는 경향을 보인다. 이건 우리의 독특한 문화적 현상의 하나라고 한다. 중국인들, 그 중에서도 하화족들은 가운데 자리부터 앉기 시작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한다.

왜 그럴까. 우리는 북방의 수렵, 유목적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있다. 가운데 자리는 신성한 자리이거나 정반대로 포획대상이 놓이는 자리일 가능성이 높아 무의식중에 그 자리를 피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에 비해 황토고원의 분지를 중심으로 일찍 농경정착 문명을 일군 하화족들은 가운데 자리야말로 안전하게 보호받는 자리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런 인식은 일종의 집단무의식으로서 개개인들이 잘 자각하지 못하다 무심코 하는 행동 속에 드러나는 성질을 갖고 있다.

우리의 행동양식에 대해 달리 일종의 변방의식으로 비하 내지 폄훼 하려는 시각도 일부 있다. 하지만 스스로의 역사를, 역사적 경험을 긍정적 힘으로 볼 것인지 아니면 부정적 청산대상으로 볼 것인지는 각자 선택할 문제일 뿐 누가 정한 정답이 있을 리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개방과 관련해 여러 부문에서 적잖은 사안들을 놓고 씨름하고 있다. 농산물시장, 문화 금융 의료 교육 등 각종 서비스시장이 그렇고 주고도 뺨맞는 것만 같은 대북 관계 또한 우리 사회가 문을 여는 과정에서 겪는 불가피한 갈등의 여러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오랜 동안 폐쇄된 사회였던 북한은 종종 열린 사회의 관행에 저돌적 방식으로 제동을 걸어 우리를 당황하게 만든다. 그래서 거부감을 증폭시키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북한을 달래고 어르며 역사의 진행에 동반하지 않으면 안될 이유들이 우리 사회 내부에서 점점 더 늘어만 가고 있다. 그 여러 사유 가운데 시베리아 횡단철도 문제도 들어 있다.

부산과 광주를 최동단(最東端)으로 출발, 서울-> 평양-> 블라디보스톡-> 하바로브스크 -> 이르쿠츠크-> 예카테린부르그를 거쳐 유럽으로 이어지는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그 도정이 옛 실크로드 북로를 잇는 길이며 성격적으로도 현대판 실크로드로 기능하게 될 것이다. 그 옛날에도 실크로드에서 벗어난 지역이 역사 문명적으로 외톨이가 되어 낙후를 면치 못했듯 현대 사회에서도 그런 역사의 되풀이가 일어날 가능성은 농후하다. 그렇기에 바다로 떨어져 있는 일본까지 철도 출발지에 신경 쓰고, 횡단철도의 경유지를 놓고서는 관련국들이 서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남과 북이 편하게 소통하지 못하면 그런 역사적 장정에서 외톨이가 될 위험을 안고 있다. 설사 북이 속썩인다 싶어도 결코 잡은 손을 뿌리쳐서는 안되는 처지다. 우리 역사가 쪼그라드는 꼴을 볼 마음이 없는 한은 그렇다.

실상 황토고원 좁은 분지에서 몸을 일으킨 하화족의 역사가 오늘날 대국 중국을 만든 힘은 끊임없이 그들을 침략해온 북방세력들을 그들의 역사 속으로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우리는 똑같지 않다는 이유로 비슷한 것조차 떨어버리고 깎아내는 결벽증, 일종의 원리주의적 강박증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역사의 축소 내지 침체의 길을 걸었다.

강단사학이 인정을 하든 말든 우리 역사의 출발지가 한반도 밖이었던 점을 부정하기는 어렵다. 당시는 우리 역사 강역 중에서도 변방에 불과했던 한반도가 오늘날 우리 영토의 전부가 돼 있다보니 한반도 밖에서 벌어졌던 역사를 부정하는 사학계의 기류가 강하다. 하지만 그 역사 경험이 지금도 우리의 집단무의식을 지배하고 있는데 이를 부정하는 것은 결국 자기정체성의 부정에 지나지 않는다.

그나마 우리가 반도 안으로 역사 강역이 축소되면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실크로드 최동단으로서 세계와 연결된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북한의 고립이 계속되면 결과적으로 우리가 고립될 분기점에 서있는 형국이다. 그렇기에 고립은 왕따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보여주는 북한과 우리가 서로 잡은 손을 결코 놓아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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