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가 불법 의심 美 부동산 140여 건"…효성·애경 등
"재벌가 불법 의심 美 부동산 140여 건"…효성·애경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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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컴퍼니 이용·신고의무 미이행 다수
"잘못 인정하고 시정 의사 밝힌 곳 5건 뿐" 

[서울파이낸스 임현수기자] 한국의 부자들은 미국에 얼마나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들 부동산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매입한 것일까?

24일 KBS 탐사보도팀은 한국 부호들의 미국 내 부동산 272건을 찾아냈고, 이 가운데 불법으로 의심되는 거래가 140여 건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먼저, 미국 서부에서 부촌으로 손꼽히는 LA 인근 뉴포트 비치 일대에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조현준 효성 사장, 그리고 이미경 CJ 부회장의 저택이 위치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A 등 미 서부에서 확인된 재벌이나 부호들의 부동산 거래는 73건이며, 매입가 기준으로 평균 15억 원 정도. 또, 미 동부 89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뉴욕 맨해튼에만 40여 건이 몰린 가운데 평균 매입가는 15억원 정도였다.

한편, 하와이는 해외부동산 투자 자유화 이후 한국인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 지난 연말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140여억 원에 별장터를 매입했다. 호놀룰루 시내 고급 콘도엔 많은 재벌가들이 소유주로 돼 있다. 하와이 지역의 거래건수는 110건으로 가장 많고 평균 매입가도 가장 높다.

문제는 적법성 여부. 조현준 사장은 매입 당시 외환거래법의 신고 의무를 위반했다. 특히, 애경 장영신 회장은 조세회피처에 이른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콘도를 소유하고 있다.

소유주 명의 중 상당수는 이른바 페이퍼컴퍼니이기때문에 실제 한인 부호가 소유한 부동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지금은 미국에 땅을 구입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신고만 한다면 합법적으로 미국 부동산을 살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06년 5월 이전엔 투자 목적의 해외 부동산 취득이 사실상 금지돼 있었다. 그런데 272건의 부동산 거래 가운데 64%는 바로 이 시기에 이뤄졌다.

뿐만아니라 지난 2008년 해외부동산 투자가 완전 자율화된 뒤에도 많은 재벌과 부호들은 단순한 신고 의무 조차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와이 마우이 섬의 고급 리조트는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이 19살 생일에 부모에게 받은 곳이다. 되팔 때는 8억 원의 시세차익을 거뒀지만, 거래 신고를 하지 않아 국내에 세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의 외동딸, 정경희 씨 부부는 1990년대부터 하와이 부동산을 사고팔면서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도, 정 씨 측은 거래 사실마저 부인했다.

중견 기업 KCC정보통신 이주용 회장은 다섯살도 안된 손주들에게 1백만 달러가 넘는 땅을 사주는 등 모두 15건의 미국 부동산을 자녀나 손주 명의로 사들였다. 이 회장 일가는 특별 세무조사를 받고 60억 원의 증여세를 추징당했다.

구자준 전 LIG손해보험 회장은 미국에서 모두 4건을 사고 팔았지만 신고는 한 건 뿐이었다.

방송은 이번에 확인한 재벌가 부동산 거래 가운데 불법으로 의심되는 경우는 140여 건이지만 잘못을 인정하고 바로잡겠다고 밝힌 경우는 5건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조사 대상은 국내 8대 재벌일가와 300대 부호, 벌금과 추징금 미납자 등 1천 8백여 명이며, 조사지역은 하와이를 비롯해 서부 캘리포니아, 동부 뉴욕 등 5개주 35개 카운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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