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기고] '비정상화의 정상화' 보험사기 근절로부터
[전문가기고] '비정상화의 정상화' 보험사기 근절로부터
  • 신강민 국무조정실 정상화과제관리관실 과장
  • sansuai@pmo.go.kr
  • 승인 2014.06.20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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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손해보험사기 적발액이 4천4백억원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대비 14%가 증가한 금액으로 장기손해보험의 경우는 무려 40%나 급증하였다. 이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보험사기 범죄 보도가 낯설지 않다.

게다가 보험사기는 갈수록 더욱 조직화, 다양화되어 가고 있다. 한 건의 보험사기에 수십 명씩 얽혀 있기도 하고, 일가족이 공모하거나 조직폭력배, 병원 직원, 전문브로커까지 가담한 대규모 조직 범행도 다반사이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70대 노인부터 한탕주의에 빠진 10대,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부터 보험 관련 종사자, 일용직까지 사기범의 나이와 직업도 무척 다양해지고 있다.

적발되지 않은 부분까지 감안하면 우리사회는 매년 보험사기로 인해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서울대학교와 보험연구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민영보험의 보험사기 규모는 3조 4천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개인별 부담금을 계산해보면 국민 1인당 약 7만원, 1가구당 20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는 보험사기로 인해 우리가 내는 보험료에 불필요한 금액이 포함되고 있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국민생활에 악영향을 주고 있는 보험사기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인식은 어떠할까? 2010년 보험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70%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응답하였고, 30%는 '있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는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95% 이상이 용인하지 않는 것을 감안할 때 보험사기를 대하는 우리 인식이 얼마나 관용적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보험사기는 사회의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윤리적 가치를 훼손시키고 공동체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비정상'적인 사회악이다. 따라서 보험사기라는 일탈로 얻는 달콤한 혜택을 노리는 '비정상'을 혁신하여 보험이 위험에 대비한 안전망으로서 본연의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정상화'하는데 우리 모두가 역량을 집중하여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기념식에서 "과거의 비정상적인 것을 정상적으로 되돌려 기본이 바로선 나라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보험사기처럼 우리사회에 독버섯처럼 자리 잡고 있는 각종 비정상을 바로잡아 성숙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는 의미이다.

즉 과거로부터 지속되어온 잘못된 관행과 제도, 부정부패를 혁신하여, 기본이 바로선 국가, 깨끗하고 투명한 정부, 올바른 사회를 만들어 나가면 이는 국민행복과 국가발전이 선순환하는 새 시대를 앞당길 수 있다는 믿음과 확신을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사에서 그 유래를 찾아보기 어려운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성취하여 선진국 진입을 위한 물적, 정치적 토대를 마련한 나라로 널리 인정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 곳곳에 편법과 반칙, 비리 등 과거로부터의 잘못된 관행과 제도가 지속되면서 성숙된 시민사회로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지금 이 시점에서 법과 원칙이 바로 서고, 사회적 자본이 축적된 선진화된 21세기형 성숙사회로 도약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현재 정부는 '비정상의 정상화' 추진을 위해 제1차로 보험사기 근절 등 10대 분야 80개 과제를 선정하고, 관계부처 차관들로 구성된 정상화추진협의회를 설치하여 과제추진을 위한 협업과 국민제안 접수를 통한 추가과제 발굴 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또한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 창출을 위해 정상화 추진성과를 연말부처 평가에 반영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비정상의 정상화'의 궁극적인 추진주체는 민간이며 민간의 자발적인 참여야말로 '비정상의 정상화'의 성패를 가름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정부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종교계, 언론 등 사회 각계각층의 자율적인 참여를 통해 국민과 괴리된 관(官) 주도의 혁신이 아닌 범시민운동으로 자리 잡아나갈 때만이 정상화라는 가시적인 성과가 우리 사회에 제대로 자리를 잡을 것이다.

"오래되면 쉽게 바꾸기 어렵다"는 구즉난변(久則難變) 이라는 말처럼 우리사회에 깊이 뿌리박은 비정상적인 제도와 구태를 바꾸어 나가는 것은 쉽지만은 않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구성원 누구나 땀 흘린 만큼, 노력한 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공정하고 정상화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다함께 뜻과 힘을 모아야 할 때이고, 보험사기의 근절이야말로 그 출발점에서 반드시 정상화해야 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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