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장내 파생시장 진입 허용…"효과 글쎄"
은행, 장내 파생시장 진입 허용…"효과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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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수요 증가 기대난…"딜러 책임 증가도 부담"

[서울파이낸스 고은빛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의 장내파생상품시장을 허용했지만 선물사에 내는 수수료 감소 효과보다 인프라 구축 등의 비용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당초 은행의 선물거래 목적이 헷지수요였던 만큼 직접 선물거래의 유인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의 '파생상품시장 발전대책'을 통해 은행권의 장내 파생상품 시장 진출이 허용됐지만 은행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은행 트레이딩부 관계자는 "은행들로서는 장내파생시장 진입에 따른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선물사에 내는 수수료가 줄어들더라도 거래소에 회비도 내야하며 거래세에 대한 수수료, 시스템 연결 구축 비용도 많이 든다"고 밝혔다.

우선적으로 신규 도입될 20년물 국채선물과 미국달러선물에 대한 거래가 우선 허용되지만 큰 수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해당 관계자는 "20년물의 경우 실질적으로 헷지수요인 만큼 트레이딩 목적으로만 할 수는 있겠지만 거래량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선물도 70~80%가 펀드사가 환리스크 헷지를 위한 선물환을 선물사 요청에 따라 은행이 받는 목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직접거래가 된다 하더라도 거래량이 쉽게 늘어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장내 시장의 경우, 상품이 다양하지 않고 단기물이 급증한 만큼 헷지목적으로 이용하긴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와함께 선물사에 대한 수수료 부담이 사라지면서 은행 딜러들의 부담도 커졌다는 지적이다. A 선물사 관계자는 "은행이 수수료를 브로커에게 주는 것은 딜미스 나면 책임져달라는 의미인데 이게 없어지면 은행딜러가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며 "보수적인 은행의 경우 거래량을 쉽게 늘리려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위축된 장내파생상품시장의 경우 대부분 주식파생상품으로 구성돼 있지만 오히려 개인투자자들의 진입을 높여 잘못된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1년과 2012년 장내파생상품시장은 90%가 코스피 선물옵션으로 구성됐는데 증거금을 올리는 등에 따라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라며 "이를 활성화하는 측면으로 개인적격투자제도를 신설해 투자를 더 어렵게 하는 건 앞뒤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앞서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은행들이 장외에서 주로 거래를 해왔고 거래 상대방을 다 믿을 수 없으니까 장외에서 협의하고 장내에서 협의 대량 매매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장내로 진입할 수 있는 만큼 은행권이 쌍수들고 환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파생상품시장이 30% 커질 경우 시장참가자 모두 이익이 늘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금융위는 은행이 한국거래소 회원사로 등록해 회원비와 거래수수료를 내고 파생거래를 하는 것이 선물사에 위탁을 맡기는 것보다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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