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국채·외환상품 장내매매 허용…선물사 '비상'
은행 국채·외환상품 장내매매 허용…선물사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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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사 "고유업무 넘긴 격"…당국 '은행 밀어주기' 비판

[서울파이낸스 윤동 고은빛기자] 은행의 국채·외환파생상품 장내매매가 허용되면서 선물사 수익성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전체 시장이 확대돼 선물사들이 손해를 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지만 선물사들은 당국의 '은행 밀어주기'라는 지적이다.

17일 금융위원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파생상품시장 발전방안'에 대해서 발표했다. 방안에 따르면 은행은 장내거래에서 선물사를 통해 거래해야 했으나 앞으로 이런 제한이 해제된다. 이로써 선물사들은 은행들로부터 받던 수수료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로 선물사들의 수익성이 대략 30~70%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금융위는 은행이 시장의 플레이어가 될 경우 시장 자체가 커져 결국 선물사들도 은행 외 다른 수익이 커져 이득을 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철 금융위 자본시장국장은 "은행이 들어올 경우 국채나 외환파생상품시장이 지금보다 30%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며 "시뮬레이션 결과 선물사들이 은행 수수료를 못 받더라도 결국 이익을 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선물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선물사들에게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는 입장이다. 당국이 예상하고 있는 시장의 확대가 일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다, 고정적 수입원이었던 은행 수수료까지 빼앗겼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선물사 연구원은 "선물사의 수입 중 위탁수수료 비중이 컸는데 그걸 없애니 그야말로 죽으라는 격"이라며 "은행은 자기자본 거래를 못하기 때문에 거래가 크게 증가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선물사 연구원도 "은행이 참여하지 않아 거래량이 줄어든 것이 아니라 개인 위탁금 부과가 높고 시장 자체에서 거래량이 줄어든 탓에 침체된 것"이라며 "당국이 거꾸로 생각해서 이런 조치를 내놓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당국의 예상대로 은행 거래가 크게 늘어나 시장이 확대되더라도 선물사들의 존속이 위험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어차피 대부분의 선물사들이 은행이나 증권사의 자회사로 운영되기 때문에 이런 업무마저 모회사에 뺏기면 합병당하기 십상이라는 것.

한 증권계열 선물사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선물사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고유업무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며 "이제는 모회사인 증권사가 합병을 추진해도 반대할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이에 선물업계 일각에서는 당국이 은행의 수익성을 보전해주기 위해 선물사를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내에서도 은행 비중이 높아서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데 금융당국은 은행 살리기만 골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이번 조치가 은행권만을 위한 조치가 아니라 선물사에게도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 국장은 "채권 같은 상품은 90%를 은행에서 하는데 중간 마진이 들다보니 시장 활성화가 안 됐다"며 "당국이 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이 아니라 시장을 키우기 위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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