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甲의 횡포' 논란 1년…마르지 않는 '乙의 눈물'
'甲의 횡포' 논란 1년…마르지 않는 '乙의 눈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28일 전국을(乙)살리기비대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앞에서 '갑을 투쟁 1년 평가 및 과제 발표' 기자회견을 가졌다.(사진=남라다 기자)
28일 시민단체 기자회견…본사 횡포 피해증언 봇물 

[서울파이낸스 남라다기자] 이른바 '남양유업 사태'로 촉발된 갑을(甲乙)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도 벌써 1년째를 맞았다. 하지만 수직적인 갑을 관계로 인한 을의 고통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특히 집권초 '경제민주화' 기조를 강조했던 박근혜정부가 최근에는 '규제 혁파'를 공언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펴면서 갑의 횡포를 규탄하는 을의 폭로는 지금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 '상생(相生)' 새로운 화두로 등장

28일 전국을(乙)살리기비대위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전경련) 앞에서 진행한 '갑을 투쟁 1년 평가 및 과제 발표' 기자회견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이날 기자회견은 갑을 문제로 본사와 갈등을 빚고 있는 남양유업피해대리점주협의회, 농심, 아모레퍼시픽 아리따움가맹점주협의회, 국순당,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맹점협의회, 오비맥주 대리점 피해자 등이 모여 성토장을 방불케 했다.

투쟁의 단초가 된 사건은 지난해 5월 남양유업 한 대리점주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물량본사 영업사원의 폭언과 고압적인 태도가 고스란히 담긴 녹취록을 공개한 것이다. 이로써 고질적인 사회 병폐인 '수직적인 갑을 관계'가 사회적 화두로 떠올랐다.

이후 시민단체와 야당이 갑을 개혁을 위한 투쟁을 진행하면서 '을' 보호 운동이 확산되게 됐다. 지난 한해 동안 본사와 상생협상을 진행한 곳은 유업계, 주류업계, 화장품업계, 대형마트업계, 백화점업계, 편의점업계 등 다양한 산업분야에 걸쳐 이뤄졌다. 사회적 약자인 대리점주와 도매상 등 중소상공인들 사이에서 협동조합이나 협의회를 결성하고 집단 행동에 들어갔으며, 본사와 상생협상으로까지 이어졌다.

정부도 갑 횡포에 대한 제재 강화 차원의 제도 개선에 착수했다.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 빵집·편의점·치킨·피자·커피 등 5개 사업분야 모범거래기준을 마련했고, 가맹사업법 시행령도 정비했다. 또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한 기업에 대한 제재 수위도 한층 강화했다. 실제로 남양유업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고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는 123억원 과징금과 법인과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하는 등 통상적인 불공정거래 사건보다 높은 수위의 제재를 가했다.

여기에 정치권도 가세했다. 본사와의 상생협상을 돕고 법안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을 위한 법안 발의와 대책 마련을 위한 토론회 등도 활발히 진행했다. 특히 남양유업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새누리당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했고 새정치민주연합과 진보당 등 야당도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리점 보호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 "갑을 개혁 아직 멀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업계가 머리를 맞대 다양한 상생 방안을 논의했지만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갑을 투쟁 1년이 지난 지금에도 갑 횡포로 고통을 받고 있는 을들의 피해증언들이 봇물을 이뤘다.

이들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본사의 횡포는 여전하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지난 한해 부정적인 여론에 떠밀려 상생협상에 나섰던 기업들이 정부의 경제민주화 기조가 시들해지자 협상이 지지부진하거나 또 다시 횡포를 부리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졌다.

지난해 전격적으로 상생협상을 타결시켰던 남양유업의 피해대리점주도 참석해 현재도 갑 횡포는 진행중이라고 주장했다.

유경현 남양유업 피해대리점 대의원의장은 "물량 밀어내기 등 불공정거래 행위로 남양유업과 싸운 지도 18개월이 지났다"며 "겉으로는 공정위에 과징금 맞는 등 제재를 받고 반성한 듯 보이지만 협상 이후에도 본사의 횡포는 끝나지 않았다. 본사와 일부 대리점주들은 피해배상금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고 토로했다.

유 의장은 "또한 본사와 점주간 상생안 외 약속한 별도 조항을 보면 시위를 할 때 1000만원의 위약금을 물고 제 3자에게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 100만원을 물리고 있다. 일부 점주의 배상액에서 이 금액을 제외하고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본사와 상생협상을 진행 중인 윤석민 국순당 총무는 "지난해 10월 배중호 대표가 국정감사에 나가 피해 대리점과 완만하게 합의하겠다고 답변을 했지만 염유섭 협의회 대표를 경찰에 고소하고 공정위에 제소한 3명에 대해서만 협상을 진행하겠다고 하고 있다"며 "나머지 16명에 대해서는 협상 대상자로 인정할 수 없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아직도 우월한 거래상 지위를 이용한 본사의 횡포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를 향한 비판도 잇따랐다. 피해점주 측은 대기업을 위한 규제 완화 정책을 선포하고 중소상공인들을 외면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원창배 CU 편의점모임 대표는 갑 횡포가 근절되지 않은 데에는 정부와 국회의 책임이 크다고 날을 세웠다.

원 대표는 "지난해 편의점주 피해가 적나라게 드러나면서 가맹사업법이 통과 됐다"며 "하지만 공정위가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가맹사업법 입법 취지마저 무색하게 하고 있다. 법을 통과시켰던 국회의원도 이를 시정하지 않도록 하지 않고 수수방관하고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드러냈다.

실제로 시행령에는 예상매출액의 허위·과장 정보를 제공할 경우 실제매출액과의 오차범위가 1.3배에서 1.7배로 완화됐고, 실제매출액과 예상매출액이 차이가 있더라도 산출근거에 객관성이 있다면 허위·과장된 정보를 제공하더라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단서를 삽입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최남근 참여연대 변호사 겸 상임집행위원장은 "최근 정부의 규제 완화 조치에 따라 경제민주화가 공격 받는 상황 속에서 해당 법 통과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경제민주화가 공격을 받고 있다. 공정위는 박 정권의 규제 혁파 기조에 따라 과도한 기업 규제라고 거리 제한 폐지 등 모범거래기준을 폐지했다"며 "경제민주화 기조가 퇴색되자  대리점 보호법 등이 국회에서 논의가 중단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보호 장치 마련을 위한 입법이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대리점 보호법은 지난해 6월 발의된 이후 상임위인 정무위 법안소위원회에서 대리점에 대한 정의를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며 공정위는 공정거래법으로 충분히 제재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 통과를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