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中企 환리스크 지원책 '속속'…실효성은 "글쎄"
은행, 中企 환리스크 지원책 '속속'…실효성은 "글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헷지비용 등 실질적 부담 덜어줘야"

[서울파이낸스 채선희기자] 원·달러 환율이 1020원대로 급락하면서 수출 중소기업들의 환율 관리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에 은행권이 중소기업들이 환리스크 관리를 위한 지원책을 대거 내놨지만 보다 실효성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21일 중소기업중앙회 조사에 따르면, 국내 수출 중소기업(100개)의 91.5%는 '환율 하락으로 채산성(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 중 59.6%는 '매우 악화', 31.9%는 '다소 악화'됐다고 답했다. 수출 중소기업들이 예상하는 올해 손익분기점 환율은 1달러 당 1038.1원, 적정 환율은 1086.3원이었다.

올해 초만에도 원·달러 환율은 1050원~1060원대에서 거래됐으나 이달 들어 1020원대로 급락했다. 경기 회복 기대감이 강화되는 가운데 미 연준(Fed)이 당분간 초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기로 하면서 달러화가 약세를 나타냈고, 대내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 등으로 인해 원화 강세 및 달러 매도물량 출회가 지속됐기 때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원·달러 환율이 세자리수로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제기되는 상황. 게다가 원·엔 재정환율도 1000원대 붕괴 위험이 가중되면서 국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마땅한 환위험 관리 대책을 세우지 못한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은 시중은행들의 환리스크 관리 지원 서비스에 의지하는 상황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들은 수출 중소기업의 '환위험 관리 도우미'를 자처하고 지원책을 쏟아 내고 있다. 

우리은행은 '환율 SO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딜링 룸 내에 직통전화(핫라인)를 설치해 환율 상담이 필요한 기업과 전담 직원이 실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중소기업 임직원 대상 1:1 맞춤형 컨설팅 서비스 및 외환·파생 아카데미를 실시하고 있다.

환율 SOS제도는 △핫라인 이용 3건 △외환·파생 아카데미 2건 △1:1일 맞춤형 컨설팅 1건을 기록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시행한 지 일주일이 채 되지 않았는데 예상을 웃도는 호응을 이끌고 있어 제도 정착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되고 있다"며 "영업점에서 안내를 받아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서 이미 중소기업 대상 환리스크 컨설팅을 하고 있는 IBK기업은행의 경우 이달 들어서만 20여건의 방문컨설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체 실적이 80여건이었던 것에 비해 상당한 실적이라는 설명이다. 환율관리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많아지면서 외환은행은 한 해 1회 열던 환율 세미나를 올해는 2회로 늘렸다.

다만,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컨설팅 제공에만 그치지 않고 중소기업들의 부담 완화를 위해 좀 더 실질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성철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중소기업들은 환리스크 관리 여력이 없다"며 "환율이 떨어지는 만큼 마진을 붙여서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경쟁력마저 약해 그럴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그는 "현재 수출 중소기업들에는 은행의 도움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며 "은행들은 중소기업에 환 리스크 헷지 비용을 줄여주는 등 실질적으로 부담을 덜어주는 쪽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