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석유물류 대체 경쟁력 확보
[서울파이낸스 이은선기자]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인 현대오일터미널을 통해 상업용 유류 저장시설을 준공했다. 국내 정유업체가 유류 저장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오일뱅크는 9일 울산광역시 울주군 온산읍에 위치한 현대오일터미널에서 유류 저장시설 준공식을 가졌다. 이날 행사에는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과 박종록 울산항만공사 사장, 정수철 울산항만청장, 박성환 울산광역시 부시장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번에 준공된 유류 저장시설은 이 저장시설은 5만DWT급 유조선이 접안할 수 있는 부두와 총 28만kL의 석유제품이 수용가능한 35기의 저유 탱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형 탱크로리(20kL) 1만4천대를 한꺼번에 채울 수 있는 규모다.
총 1천억원에 사업비가 투입된 이 저장시설은 지난 2010년 착공 이후 26개월 만인 지난해 12월 기계적 준공을 마쳤다. 이 시설은 울산신항 남항 부두의 공유수면 8만7천㎡를 매립해 건설함으로써 바다를 메우는 동시에 저유소를 짓는 혁신적인 공정을 통해 건립됐다. 비슷한 규모의 공사가 통상 매립부지 조성에 30개월 상부시설 건축에 20개월 가량 소요되는 것을 감안하면 공기를 절반 가까이 단축한 셈이다.
이로써 수년간 표류돼온 울산신항의 남항부두 사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그동안 남항부두의 중앙에 남은 공유수면이 인접 매립지의 지반 안정성을 위협하면서 상부시설 공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현대오일터미널이 매립작업을 신속히 마무리하면서 나대지 상태였던 양쪽 매립지 시설물도 올라오게 됐다.
시설이 위치한 울산은 석유화학단지가 몰려 있어 유류 저장 수요가 꾸준히 발생하는 지역이다. 또 잦은 지진과 노후화된 정유시설, 대형 유조선 접근이 어려운 얕은 수심 등으로 인해 안정적인 물류운영이 어려운 일본의 석유물류 대체지로써의 경쟁력도 갖추고 있다.
현대오일터미널 관계자는 "석유사업자는 기름을 한번에 많이 사는 것이 가격이나 운임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며 "공사 중에도 큰 탱크가 있는 이곳에 물량을 저장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공급하려는 일본 화주들의 문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도 이러한 사업성을 인정 받아 공사가 진행 중이던 2012년에는 사모투자회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330억원의 재무적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대오일터미널은 이미 기계적 준공을 마친 지난해 말 일본계 종합상사와 등․경유 물량 5만톤을 계약했으며, 이후 일본과 싱가폴 화주들과 잇따라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총 저장용량의 90% 이상이 채워진 상황이다.
이날 준공식에서 권오갑 사장은 "현대오일터미널의 유류 저장사업이 BTX, 윤활기유, MX 사업 등과 함께 현대오일뱅크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 사업이 동북아 오일허브 전략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