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 구조조정 '차일피일'…채권단 "속 타네"
동부그룹 구조조정 '차일피일'…채권단 "속 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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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銀 "자산매각 고의 지연"
동양·STX그룹 전철 답습 우려

[서울파이낸스 정초원기자] 동부그룹의 구조조정 작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채권단 내부에서 불만이 흘러나오고 있다. 자구안을 내놓은 여타 대기업들이 핵심 자산 매각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과 달리, 동부그룹은 5개월째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패키지로 묶어 포스코와 공동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다른 매수자도 많다며 '제한경쟁 입찰방식'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산은은 포스코 측에 '동부제철 인천공장+동부발전당진' 패키지를 공동 인수하자는 제안서를 보낸 바 있다. 포스코가 지분 20~30%를 인수하고, 산은이 나머지 70~80%를 투자하는 구조다. 이미 포스코는 산은의 제안을 검토하기 위해 실사에 착수한 상태다.

그러나 정작 동부그룹은 낮은 가격에 '알짜배기' 회사를 넘길 수는 없다는 분위기다. 특히 그룹 측은 동부제철 인천공장의 경우 중국 등 몇몇 해외 제철소들이 매수 의사를 타진했다는 점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패키지 매각'보다는 '경쟁 입찰'을 통해 회사를 넘기는 쪽이 제값을 받기에 유리할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반면 채권단 내부에서는 동부제철 인천공장에 대한 중국 제철소들의 매각 의사가 확실치 않은 데다, 이들 업체가 실사 과정에서 기밀 자료만 빼가고 매각 일정만 늦춰질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더군다나 이 이상 매각 시기가 늦어지면 자칫 동양그룹과 STX그룹의 전철을 그대로 밟게 될 우려도 적지 않다.

산은 관계자는 "그간의 매각 추진 과정을 보면, 동부그룹은 매각한 회사를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도록 콜옵션을 거는 등 매수자 입장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조건을 고수해왔다"며 "불가피하게 매각이 지연되는 차원이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이런 상황이라면 채권단 입장에서도 답답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동부그룹은 지난해 11월 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를 통해 2015년까지 재무구조개선 약정 체결대상에서 벗어나겠다는 계획이었다. 매각 대상은 동부하이텍, 동부메탈,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당진항만, 동부발전당진 지분, 동부익스프레스 지분, 동부팜한농 유휴부지 등이다.

이 가운데 매각이 잠정 확정된 계열사는 동부익스프레스가 유일하다. 물류 계열사인 동부익스프레스는 사모펀드인 KTB 프라이빗에쿼티(PE)로부터 3000억원에 매각될 예정이다. 내달 인수 본계약을 앞두고 있다.

한편, 비슷한 시기 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한진해운, 현대그룹 등은 자구 계획 실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선 한진해운은 최은영 회장이 구조조정을 본격화하면서 경영권에서 손을 뗐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관리 체제로 편입됐다.

현대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현대상선은 LNG(액화천연가스) 운송사업부문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IMM인베스트먼트를 선정했으며,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은 주채권은행인 산은이 주관사로 나서며 새 주인을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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