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회사채 시장 '춘래불사춘'
4월 회사채 시장 '춘래불사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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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건설 회사채 발행 성공 가능성 희박
공사채 발행 재개·신평사 등급강등 예고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고은빛기자] 회사채시장이 LG디스플레이, 현대위아의 수요예측 흥행과 건설사들의 적극적인 현금상환으로 '위기설'이 잠시 수그러들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4일 진행될 한화건설의 수요예측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과 함께, A급 기업 중심으로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와 현대위아가 회사채 발행을 앞둔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지난 1일 LG디스플레이는 2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기관 수요예측을 실시한 결과 6600억원이 몰렸다. 현대위아도 1000억원의 회사채 발행에 1600억원의 기관수요 자금이 들어왔다.

두 기업의 수요예측 흥행은 신용등급 상승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국신용평가를 비롯한 국내 신용평가사들은 지난달 LG디스플레이와 현대위아의 신용등급을 모두 'AA-'에서 'AA'로 상향조정했다.

이와 함께 이달 1조26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를 앞뒀던 건설사들이 차환발행 대신 내부자금을 조달하면서 '위기설'이 잦아들고 있다.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GS건설은 오는 4일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2000억원을 내부 현금을 꺼내 상환할 예정이며 롯데건설도 13일 만기도래하는 3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전액 내부 보유 현금으로 갚기로 했다. 앞서 현대산업개발도 35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를 내부 현금으로 갚았다.

회사채 발행이 어렵고 내부 현금도 넉넉하지 않은 업체들은 정부 지원을 택하기도 했다. 한라(옛 한라건설)는 17일 만기도래하는 10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신청한 상태다. 이는 취약기업이 만기도래 회사채 상환을 위해 회사채를 발행하면 산업은행이 총액의 80%를 인수, 기업의 상환 리스크를 줄여주는 제도다.

다만 자금을 확보하지 못한 한화건설은 오는 21일 만기도래하는 2300억원 규모의 공모사채 차환을 위해 3년 만기 21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다음주 발행할 예정이다. 수요예측은 오는 4일 진행될 것으로 알려졌다. 희망금리밴드는 개별민평금리에서10~30bp를 가산한 수준으로, 그간 사모 형태로만 발행됐지만 이번에는 공모 형태를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한화건설의 경우 지난달 수요예측에 흥행한 포스코건설과는 달리 미매각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회사채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전망이다.

앞서 지난해 한화건설은 세 차례 회사채 발행에서 기관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미매각이 발생한 바 있다. 지난해 4월 1500억원 발행에서 800억원의 수요미달이 발생했고, 8월에는 2500억원 발행에 1800억원이, 12월에는 1000억원에 700억원의 수요미달이 발생, 미달률이 70%를 웃돌았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포스코건설은 희망금리밴드로 만기별 평가금리 40~45bp를 가산한 수준으로 제시하고 발행주관사에서 세일즈에 나섰기 때문에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것"이라며 "한화건설도 높은 금리 수준을 제시하는 등 노력이 없으면 미매각으로 이어질 수 있고 이는 회사채시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앞서 태영과 두산인프라코아에서 각각 200억원, 800억원 미매각 발생은 'A0'등급인 다른 회사채 수요예측이 위축되는 등 악영향을 끼쳤다. 투자자들이 단순히 한계업종 등급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회사채 발행성적에도 관심을 두는 등 합리적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공사채 발행도 재개되고 있어 1분기처럼 연기금과 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점도 회사채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김상훈 연구원은 "기관들은 공사채가 발행되지 않아 잠시 회사채로 눈을 돌린 것 뿐"이라며 "한전 등 이달 공사채 발행 물량이 예정돼 있어 연기금과 보험사도 이쪽으로 다시 몰릴 가능성이 있다"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신평사들이 전보다 더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고 있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실제로 신평사들은 지난해 실적이 크게 나빠진 건설사를 등급 감시 대상으로 선정하는 한편, 실체적인 부실 의 크기와 내용, 잠재부실 등의 파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나 그동안 신평사들이 '등급 인플레이션'으로 많은 질타를 받아온 터라 올해 정기평가를 앞두고 이달부터 A급 기업을 중심으로 등급강등에 나설 수도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신용평가업체가 건설사들의 잠재부실 규모를 신용등급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건설사들이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주택사업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업체의 경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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