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벽산건설 증시 퇴출…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쌍용·벽산건설 증시 퇴출…건설업계 위기감 '고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수년째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진행 중임에도 이렇다 할 회생 기미가 보이지 않는 중견건설업계가 벽산건설의 사실상 파산과 쌍용건설의 상장폐지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도급순위 50위권 내 건설업체(쌍용 16위, 벽산 35위)가 파산으로 증시에서 퇴출되는 것은 2001년 동아건설 이후 13년 만이다.

◇ 쌍용·벽산건설, 증시 퇴출 수순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전날 쌍용건설은 한국거래소의 감사보고서 제출기한(3월31일)까지 자본전액잠식 사유를 해소하지 못해 상장폐지가 확정됐다.

쌍용건설은 현재 자본잠식 상태로, 2년 연속 1000억원대의 영업손실과 6000억원대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쌍용건설은 오는 10일까지 주식정리매매기간을 갖고 11일 공식 상장 폐지된다. 1993년 1월 상장 이후 21년 만에 증시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같은 날 벽산건설은 기업회생절차 폐지로 사실상 파산이 확정됐다. 벽산건설은 2012년 6월 건설경기 악화에 따른 수주 부진과 유동성 부족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신용도 하락에 따른 수주 감소로 매출이 급감, 회생계획수행이 불가능했다"라고 설명했다.

1958년 한국스레트공업으로 출발한 벽산건설은 법정관리 후 여러 차례 M&A를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하면서 결국 설립 반세기만에 문을 닫게 됐다.

◇ 워크아웃·법정관리 업체, 회생안 '난항'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100대 건설사 가운데 현재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을 진행하는 건설사는 총 18개사에 이른다. 벽산건설은 파산절차를 밟을 예정이고 쌍용건설, 극동건설, 남광토건, 동양건설산업 등 9개 기업이 법정관리 상태이며 금호산업, 경남기업, 진흥기업, 신동아건설 등 8개 기업은 워크아웃 중이다.

하지만 이들 건설사 중 올해 워크아웃 졸업이 확실시되는 금호산업과 대림산업 계열의 고려개발, 금호를 제외하고는 경영여건이 개선되고 있는 곳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대부분 은행이나 법원의 관리를 받으면서 돈 되는 자산은 모두 매각하고, 신규 수주는 크게 감소해 외형 축소는 물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는 수주산업인데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업체는 경영이 어렵다는 '꼬리표'가 달려 신규 수주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나 법원도 신규 사업에 대한 지원이 없어 회사가 정상화되기 쉽지 않은 구조"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견건설사들의 상장폐지 등이 이어질 수 있고 잠재적인 위험에 처한 업체들의 어려움이 더 가중될 것"이라며 "많은 일자리가 걸려있는 이들 건설사가 줄도산이라도 한다면 업계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돼 건설경기 회복에 커다란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동양건설산업 등 M&A 성사 '난망'
당장 위기감이 커진 곳은 지난달 주식거래가 정지된 동양건설산업이다. 자본잠식에 빠졌지만 3월31일까지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입증자료를 제출하지 못하면서 상장폐지가 불기피한 상황이다. 오는 10일까지 입증자료와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증시에서 퇴출된다.

동양건설산업은 지난달 26일에는 출자전환 비율 조정 등을 담은 '회생계획변경안'을 법원에 제출했지만 허가를 받지 못했다. 회생계획변경안의 전제조건인 50억원의 현금차입을 확정짓지 못해서다. 법원의 허가를 받지 못할 경우 재무구조 개선이 불가능해 상장폐지는 물론, 회생절차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동양건설산업 관계자는 "상장폐지가 될 경우 회사가치가 떨어지고 소액주주들의 피해도 불가피해진다"며 "회사 임직원들이 자금 마련을 위해 전방위로 나서고 있고 M&A도 서두를 방침"이라고 말했다.

LIG건설도 지난해 5월부터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2차례 모두 자금 조달 계획 불투명 등으로 유찰됐다. 남광토건과 우림건설 등도 M&A를 추진 중이지만 진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건설업체를 인수했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섣불리 M&A를 시도하려는 기업은 많지 않을 것"이라며 "중견기업은 하루하루 생존의 고비를 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주인 없는 회사로 매각이 장기화되면 회사 가치가 떨어지고 결국 M&A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얼마나 빨리 새 주인을 찾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