汎현대가 총수, '회계 사각지대' 비상장사에 대거 포진
汎현대가 총수, '회계 사각지대' 비상장사에 대거 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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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권 편법 승계 우려…"담합 및 배임, 횡령, 탈세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성재용기자] 상장사 등기임원들의 연봉이 공개되면서 건설업계 범(汎)현대가(家)의 총수들이 비상장 계열사 이사진에 대거 포진해있는 사실이 재차 부각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기업 재무정보 접근성 한계는 물론, 횡령이나 탈세 등의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현대산업개발, KCC그룹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정몽진 KCC 회장 등 총수일가들이 다수의 비상장 계열사의 임원을 겸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몽규 회장은 △아이서비스 △아이파크스포츠 △아이콘트롤스 △아이앤콘스 △호텔아이파크 △에이치디씨자산운용 등 6개사의 비상장 계열사들에 등기이사로 등재돼 있다. 상장사 등기임원 재직은 현대산업개발과 현대EP 등 2개뿐이었다. 정몽규 회장은 故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정주영 회장의 넷째 동생)의 아들이다.

KCC그룹 역시 정몽진 회장이 △KCS △KCK △KCB △KCG △KCI △KCC Paint △KCC Coating △PTC 등 8개 비상장 계열사에 등기이사로 재직해 있다. 상장사는 KCC뿐이다. 정몽진 회장은 정상영 KCC그룹 명예회장(정주영 회장의 여섯째 동생)의 장남이다.

그의 동생인 정몽익 KCC 사장 또한 △금강레저 대표이사 △코리아오토글라스 이사 △KCI 이사 △Basildon 이사 △PTC 이사 등 5개 비상장사의 등기임원이며 막냇동생인 장몽열 KCC건설 사장은 비상장사인 KCC자원개발과 상장사인 KCC건설에 각각 등기임원으로 등재됐다.

정몽규 회장 등이 등재된 비상장사가 20개사에 달하고 재무정보가 공시되는 상장사 등재는 5개사에 불과한 것이다.

문제는 총수 일가가 비상장 계열사를 현금 마련을 위한 '캐시 카우'로 이용하고 경영권 상속 수단으로 악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상장 계열사는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매출을 올리는 경우가 많아 기업 자금의 사유화 논란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자산규모 100억원 이상 기업만 감사보고서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매년 의무적으로 등록하고 있다. 대기업집단의 자산 100억원 미만 비상장 계열사는 공정거래법에 의해서만 공시의무를 지고 있는 셈이다.

경제개혁연구소 관계자는 "이해상충문제가 발생한다. 만약 물건을 사는 사람과 파는 사람이 동일인이라면 당연히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가려고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담합이나 배임, 횡령, 탈세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비상장 계열사의 이사를 겸직하는 데에는 이들을 통해 짭짤한 수준의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특히 그룹 내 물량을 오너 일가가 보유한 비상장 계열사에 몰아준 뒤 높은 배당을 받거나 비상장 계열사의 외형을 키워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방법 등이 사용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2011년 삼성에버랜드, 삼성SDS, 서울이동통신 등 비상장 계열사의 현금 배당으로 총 52억원가량 챙겼으며 현대차그룹은 2000년대 초 오너 일가인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을 통해 한국로지텍(現 현대글로비스)을 설립, 이후 그룹 내 탁송업무와 물류업을 독점하면서 급격하게 성장했다.

한편 건설업계 범현대가의 총수들 중 상장사 등기임원으로 등재돼 연봉이 공개된 현황은 정몽원 회장 33억6000만원(한라, 만도), 정몽규 회장 23억원(현대산업개발, 현대EP), 정몽진 회장 7억6500만원(KCC), 정몽익 사장 7억800만원(KCC), 정몽열 사장 6억3086만원(KCC건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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